by김인경 기자
2021.06.12 15:09:3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간토(關東)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을 연구한 민족주의 재일사학자인 강덕상(姜德相) 씨가 노환으로 12일 오전 9시 30분께 일본 도쿄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강씨의 딸인 강수령씨는 “아버지가 5년쯤 전부터 악성림프종으로 투병했다”며 “의사의 사망선고 시각은 오전 9시30분쯤이었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1931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먼저 일본으로 건너간 아버지를 따라 1934년 12월 어머니 방귀달씨와 함께 일본 도쿄로 이주했다.
고인은 와세다대학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메이지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동양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히토쓰바시(一橋)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1989년 이 대학 사회학부 교수가 되면서 ‘재일동포 1호 일본 국립대 교수’로 화제가 됐다.
1995년 정년퇴직 후 시가현립대 인간문화학부 교수를 거쳐 명예교수가 됐고, 2005년 민단 산하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초대 관장으로 취임했다가 2017년 이성시 와세다대 교수에게 관장직을 넘겼다.
고인의 저서는 ‘간토대지진’(일본어·1975), ‘조선독립운동의 군상-계몽운동에서 3·1운동으로’(일본어·1984), ‘간토대지진·학살의 기억’(일본어·2003, 국역은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2005)), ‘여운형평전1 조선3·1독립운동’(일본어·2002), ‘여운형평전2 상하이임시정부’(일본어·2005) 등이다.
특히 고인은 1964년 ‘관동대지진과 조선인’이라는 자료집을 시작으로 관련 논문을 30편 이상 발표해 1990년대 일본 교과서에 간토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내용을 포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여운형과 3.1운동 관련 연구 등 한국근현대사와 조선독립운동사를 연구했고, 일본은 미국에 진 것이 아니라 조선 독립운동에 졌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학살은 국가권력이 주범이고, 민중이 종범인 민족적 대범죄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