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쿠팡 대리점 진출과 디지털뉴딜
by김현아 기자
2020.07.19 12:03:55
쿠팡 휴대폰 유통 진출에 유통인들 반발
비대면 서비스 확산 언급한 정부가 막을 순 없어
하지만 최기영 장관은 갈등 해소에 ''한걸음씩'' 언급
양보 넘어서는 디지털경제 리더십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정부가 지난주 코로나19 비상경제 상황에서 ‘한국판 뉴딜’이라는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비대면에 적합한 디지털경제를 앞당기고, 기후변화와 감염병 위기간 유사성이 커지니 그린경제로 나가자는 이야기입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신산업 일자리도 만들 수 있고, 우리나라가 선도할 가능성도 있으니 정부 재정을 앞당겨 투입해 경제사회 전반을 확 바꾸자는 이야기입니다.
2020년 추경부터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자한다고 하죠. 정말 엄청난 예산입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재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사회안전망 사업비도 160조 원 중 28.4조 원을 잡았죠.
하지만 한국판 뉴딜, 그 중에서도 ‘디지털 뉴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총론은 환영하지만, 정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과거 정부의 ‘창조경제’나 ‘녹색성장’처럼 구호에 그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왜냐하면 정부는 여전히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T의 경우 특히 더 그렇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끌어안고 있으며 직접 통신 요금(소매 요금)을 통제하는 보편요금제를 공식적으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익단체인 택시업계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타다금지법까지 통과시켰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디지털 뉴딜’을 발표한 지난 15일, 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 쿠팡이 휴대폰 유통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휴대폰 대리점 계약 승인을 얻어 휴대폰 대리점 코드를 확보하고 ‘로켓모바일’을 시작한 것이죠. 이제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사고 싶은 휴대폰을 고른 뒤 통신사를 선택하면 요금제 선택창이 나오고 이후 선택약정 요금할인 24개월, 12개월, 공시지원금할인 등 원하는 할인 방법을 고를 수 있죠. 주문을 완료하면 쿠팡의 개통센터를 통해 주문 확인 상담 및 개통이 이뤄집니다. 여기에 로켓 배송도 이뤄지죠.
쿠팡의 휴대폰 유통 본격화는 최 장관이 말하는 디지털 뉴딜의 모습 중 하나입니다.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휴대폰과 통신사 가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를두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서는 골목상권 소상공인을 죽인다며 KT와 LG유플러스 CEO 면담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습니다.
디지털 뉴딜을 한다는 정부 정책이 본격화될수록 아마 오프라인 유통이나 서비스들은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이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IT 기술 도입을 지원한다지만, 비대면 서비스에 중소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올라타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SK텔레콤이 내 위치와 가장 가까운 기존 오프라인 유통점을 인공지능(AI)으로 찾아 연결해 배송해주는 ‘바로도착’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점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보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코로나19로 2년간 일어날 디지털 변화를 2개월만에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변화가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것이죠. IT솔루션을 이용한 재택근무나 온라인 개학이 일상화될 줄 몰랐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의료나 법률, 숙박 등에서도 비대면이나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돼 기존 질서를 위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기존 일자리를 계속 줄어들겠죠. 정부가 디지털뉴딜로 2025년까지 만들겠다는 90.3만 개 일자리는 디지털뉴딜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빼야 계산이 정확할 겁니다. 그런데 범정부 디지털 뉴딜의 담당부처인 과기정통부 최기영 장관도 사라지는 일자리를 묻는 질문에 숫자를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없어지는 일자리가 많지 않겠냐. 없어지는 만큼, 일자리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니 고용 보험도 필요하다. 재교육, 평생교육 등이 한국판 뉴딜에는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했습니다.
2025년까지 디지털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데이터 라벨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만들어질 일자리를 세는 것보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이해해도 제2의 타다 논쟁이 불가피한 디지털 뉴딜에서 갈등 해소 대책으로 ‘한걸음씩’을 언급한 것은 매우 실망입니다.
최 장관은 디지털 혁명이 불러올 갈등에 대해 해소책을 물으니 “사회적 갈등은 어려우면서도 조금씩 양보하면 가능할 것으로생각한다”며 “한걸음이라는 정책을 추진중”이라고 했습니다.
온화한 그의 성품이 드러나는 말이기도 하지만, 뉴딜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긴급하고 중요한 정책에 대한 답이라고 하기엔 부족합니다.
사회적갈등해소를 위해 국토부가 주도한 모빌리티 혁신도 당시는 ‘서로 양보’라는 키워드로 움직였고, 결국 멀쩡하게 서비스되던 타다를 금지하는 법안 통과로 결론 났기 때문입니다.
중간 지대에 어정쩡하게 있거나 힘센 곳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산업 구조를 앞서 디자인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소외받는 사람은 디지털 포용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끌어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