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지쳐 연립·다세대 샀다"…5월 서울 주택거래량 1만건 돌파

by양희동 기자
2016.05.22 13:23:52

대출없이 전세 보증금으로 내 집 마련 영향
강남권은 재건축 아파트 위주 거래량 늘어
실수요와 투자 양극화 속에 거래 회복세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올해 초 미국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공급과잉 우려 등 이른바 3대 악재로 침체가 예상됐던 서울 주택시장이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이 1만건을 돌파, 연중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난 속에서도 직장·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실수요자들이 연립·다세대주택 구매로 내 집 마련에 나섰고, 강남권 재건축 훈풍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1~20일)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1만 1741건으로 하루 평균 약 587건이 거래됐다. 이는 전달 525.4건(총 1만 5762건)보다 11.7% 늘어난 수준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이달 최종 매매량은 1만 8000건을 넘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해 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달(2만 1012건)보다는 적지만 5월 거래량으론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한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하루 평균 330.2건이 거래돼 지난달(285.7건)보다 15.6%가 늘어 지난해 10월(1만 1538건) 이후 7개월만에 1만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부터 서울·수도권에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과 강남권 재건축 등의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셋값 상승으로 탈(脫)서울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실수요층이 값이 저렴한 연립·다세대 구입에 나서고 있다. 이달 서울 연립·다세대 하루 평균 매매량은 188.3건으로 전년 동월(191.1건)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전체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15%가량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출을 최소화하면서 가진 전세 보증금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재건축 단지로 투자수요가 몰리며 매매가 늘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는 5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25.3건으로 지난달 18.7건에 비해 35%가 늘었다. 이는 작년 5월 하루 거래량(25.6건)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또 서초구는 34%(12건→16건), 송파구는 42%(15.7건→22.3건) 각각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초 각종 악재로 인해 서울 주택시장이 관망세를 보였지만 전세난에 의한 매매 전환과 개포주공2단지의 분양 성공 등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수도권과 지방은 당분간 주택시장이 따로 노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1~5월 서울지역 연립·다세대주택 하루 평균 매매 거래량 추이. [자료=서울시·단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