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중단.."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SNS 파장
by박지혜 기자
2016.03.02 09:06:07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47년 만에 국회에 등장해 8일 만에 끝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의 처리 지연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하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면서 시작된 이번 필리버스터는 정치사에 남을 기록을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1시간 39분간 발언하며 역대 최고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당에서 20대 총선 컷오프(공천 배제)를 통보받은 더민주 강기정 의원의 눈물과 ‘임을 위한 행진곡’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를 비롯해 AFP통신,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게도 관심을 얻었다. AFP통신은 이번 필리버스터가 캐나다의 새민주당이 2011년 기록한 57시간을 경신해 세계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이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이름들로 채워졌고, 국회방송을 1인 인터넷 방송 포맷을 빌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빗대 ‘마이 국회 텔레비전’(마국텔)이란 별칭까지 생겨났다.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렇게 큰 관심 속 마지막을 예고한 필리버스터에 대한 갑론을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계속되고 있다.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평가와 선거법 처리까지 지연시켜야 하느냐는 등 반론과 선거 역풍 우려가 함께 제기됐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를 통해 시민들은 이 법이 얼마나 위험하며, 또 그 동안 정보기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얼마나 못된 짓을 해왔는지 배울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그 누구도 필리버스터로 그 법을 저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응원을 보내는 데에는 다른 기대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다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필리버스터는 지지만 피할 수 없는 표결에서 소수당이 시간을 끌며 국민에 호소하는 것뿐. 결국 표결할 수 밖에 없고, 표결하면 다수당 의사대로 결정되는 것이다. 저라도 적당한 선에서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트위터 아이디 sheis****은 “하얗게 불태웠던 그들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도 이걸 끝으로 마무리 될까 염려된다”, Kiyi*****는 “이번 필리버스터로 훌륭한 말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의회를 다시 보게 됐다. 그래서 실망은 하지 않을 것 같다”, mus****는 “필리버스터 마무리 잘해줬음 한다.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2일 0시까지 모두 36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나서 173시간에 육박했으며,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 이어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가 나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