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내정자가 꼽은 KB의 4가지 당면과제

by원정희 기자
2010.07.09 09:57:14

어 내정자 요청으로 사외이사 간담회 개최
여신·리스크관리·HR·해외투자 4개 부문 꼽아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지난 7일 오전 8시. 서울 명동 KB금융(105560)지주 본점 회의실에 KB금융 이사들이 소집됐다. 공식 이사회가 아닌 국민은행의 업무보고를 위한 이사 간담회 자리였다.

그런데 업무보고가 은행 전반이 아닌 여신, 리스크관리, HR, 투자금융부문 등 네 부문에 한해서 해당 그룹의 임원이 프리젠테이션 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번에 선택된 4개 그룹 혹은 본부는 모두 은행 안팎에서 걱정이 많았던 부문이다. 특히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사진)가 직접 이사들에게 설명하라고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 내정자는 최근까지 은행으로부터 각 그룹별로 업무보고를 받았다. 막상 담당자로부터 세세하게 보고를 받아봤더니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고 느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 내정자가 이들 4개 부문의 심각한 현황에 대해 이사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에게 요청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말해 이들 4개 부문은 어 내정자가 꼽은 현안 중의 현안으로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 또 상황이 심각한 만큼 사외이사들도 알아야 한다는 어 내정자의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HR그룹의 경우 최근 어 내정자가 여러차례 언급했듯 1인당 생산성을 높여 경영효율화를 이루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쟁사인 신한은행과 비교해 인력은 두배이고, 생산성은 절반 수준인 것에 대해 어 내정자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 신입행원을 축소하고 신용카드사업 분사·캐피탈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인력을 재배치해 경영효율화를 이루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신그룹은 최근 기업구조조정과 여신 부실화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이 최대 현안인 만큼 올 2분기 충당금 규모와 올 연말까지 예상되는 충당금 규모 등을 보고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무려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분기에 이미 4116억원을 쌓았지만 2분기엔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2분기 순익은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충당금을 많이 쌓아 이익을 갉아먹게 된 것은 최근 2~3년간 무리하게 늘렸던 기업대출이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부실과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털어내고 수익력을 회복하는 것도 어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