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시장 바닥설 `갑론을박`

by김자영 기자
2009.01.07 09:43:08

바닥론.."시장 기대심리 회복 중"
추가하락론.."거시경제 여전히 부담"

[이데일리 박성호 김자영기자] 최근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호가가 상승하면서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잇단 규제 완화와 정부의 저금리 정책 기조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이 몰릴 경우 가장 먼저 반등할 수 있는 지역이 강남이라는 이유에서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는 투기지역 해제 유보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늘면서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는 외부요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 실제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한 강남권 일반아파트들은 여전히 가격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거래도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다.



바닥설이 시작된 곳은 강남 재건축 단지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는 매수문의가 급증하고 이자 부담 등으로 내놓은 급매물들이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매매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9㎡형(36평)은 작년 11월 8억원까지 하락했지만 6일 현재 기준 호가는 11억원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팔겠다고 의사를 밝힌 매물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아파트 뿐만아니라 일부 아파트들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억원 선에 나와있던 역삼동 아이파크 105㎡는 급매물들이 여러 개 팔리면서 현재 호가는 11억원을 넘어섰다.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역시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면서 호가가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 현재 도곡렉슬 아파트 109㎡(33평)형은 10억5000만~12억원 수준이다.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자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집을 도로 회수해가면서 호가를 높이기 시작했다. 상승한 호가는 일정 수준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10일 이상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되지 않고 있지만 호가 하락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역삼동 D공인 대표는 "강남 일대에서는 바닥을 이미 쳤고 무릎을 향해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대세"라며 "투기지역 해제와 관련해 취소가 아니라 유보된 것이기 때문에 설이 지나면 규제가 풀린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로 추가 하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차장은 "아직 바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없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호가가 올라간 상태로 일정 기간 지속되고 있는 모습은 그만큼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회복됐음을 보여주고 있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강남권 고가아파트들는 전혀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금융권의 대출 벽이 높은 상황에서 막대한 매입 자금이 필요한 고가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아파트와는 달리 가격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것.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224㎡는 작년 11월 22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되지 않아 집주인이 경매직전 18억원까지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겨우 처분이 가능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71㎡도 한때 30억원까지 올랐었지만 지금은 21억원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강남 부동산 시장의 최근 상황을 시장 전체의 회복 신호로 보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며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경제지표가 사상최악이 될 것임을 예상하는 만큼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도 "현재로서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급매물 중심으로 매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수요가 한정돼 있다"며 "경제 구조조정, 금융 불안정이라는 최대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바닥을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