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펀드전망)②자통법이 투자문화 바꾼다

by이진철 기자
2008.12.24 10:40:00

자통법, 판매채널 다양화·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대형·중소형 운용사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이데일리 이진철 김유정기자]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주식시장은 패닉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자산운용업계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작년 증시활황에 힙입어 고수익을 제공하며 유망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던 펀드투자는 올해 증시급락으로 큰 폭의 손실을 나타내면서 투자자는 물론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게도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다.

내년은 주식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이며 펀드 수익률의 회복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내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되면 펀드 관련 제도가 변화를 맞고, 그에 따른 자산운용사간 차별화와 경쟁심화가 전망되고 있다.



현재 자산운용업 인가를 받고 영업중인 자산운용사는 총 64개사에 달하고 있다. 외국계의 국내 펀드시장 진출도 가속화되어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인 외국계 자산운용사도 19개사에 이르고 있다.

올해는 AIG자산운용,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 등 외국계 운용사들이 새롭게 한국 펀드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자본의 자산운용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옛 CJ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하이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GS그룹은 GS자산운용을 설립해 자산운용업에 뛰어들었고, 델타투자자문에서 자산운용사로 새로 출범한 LS자산운용은 LS그룹 계열사이다. 한일시멘트그룹도 군인공제회가 보유하고 있는 칸서스자산운용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신설 자산운용사 설립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현재 금융감독당국에 자산운용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신설 운용사는 가칭 현대증권 계열의 `현대자산운용`, 에너지 전문기업인 삼천리 계열의 `삼천리자산운용`, 부동산정보업체 유니에셋의 주주가 출자한 것으로 알려진 `에이플러스자산운용`, 유니온저축은행의 전 대주주가 신청한 `제이피트러스트`가 있다.

산업자본의 자산운용업 진출은 금융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대기업들의 내부자금 및 금융 인프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자산운용업계의 판도변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판매채널이 다양화되는 것과 동시에 투자자 보호장치가 한층 강화되는 것도 달라지는 점이다.



현재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일부 금융기관만이 펀드를 판매할 수 있지만 자통법 시행 이후에는 우체국,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을 비롯해 펀드수퍼마켓, 독립재무설계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펀드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투자상품에 대한 가입 채널이 보다 넓어짐에 따라 펀드시장에 대한 접근이 한결 쉬워진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투자상품에 포괄주의가 도입되면 펀드상품 유형도 크게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 부동산, 실물 등 다양한 대상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혼합자산펀드와같은 새로운 유형의 펀드출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반면 적합성원칙 도입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점도 펀드투자에 있어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태도에 적합한 투자가 제도화됨에 따라 불완전한 판매의 여지가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투자자 보호 제도는 한층 강화되면 판매사들도 판매채널간 경쟁의 심화로 투자자들에게 자산배분서비스, 펀드정보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성과보수가 허용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보수 체계가 도입되고 운용사간의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펀드시장의 침체가 예상되면서 대형운용사와 중소형 운용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탁고 상위 5위권의 치열한 순위다툼도 예고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투신운용, 한국투신운용의 3강 체제에서 내년 1월 SH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합병을 하게 되면 운용규모면에서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여기게 KB금융지주 100% 자회사로 변모한 이후 현재 수탁고 4위에 오른 KB자산운용도 국민은행이라는 든든한 계열사를 통한 공격적인 시장공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운용규모, 판매채널, 시장인지도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대형 운용사들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면서 중소형운용사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건국 한국펀드평가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중소형사 경우 사이즈도 작고 특정 스타일에 편중된 펀드들이 그 운용사 수탁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시장상황과 연결돼 급변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펀드는 다양한 판매채널 등 대형펀드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운용사간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내년말에는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가 예정돼 있고, 해외펀드 수익률 악화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해외펀드가 주력인 외국계 운용사들이 힘든 한해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데 이어 일각에선 몇몇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벌써부터 흉흉한 업계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다양한 유형의 펀드상품을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적 개념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조가 어려운 상품은 사실상 고객들에게 판매가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조철희 피닉스자산운용 부사장은 "운용사의 숫자는 크게 늘어났지만 실제로 흑자를 내는 곳은 전체 운용사중에서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내년에 펀드시장의 불황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산운용업계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