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를 잡아라!)②"정보·인력·금융지원 대폭 늘린다"
by윤진섭 기자
2008.09.30 10:20:26
[이데일리] 우리나라 해외건설산업은 현대건설에서 지난 1965년 태국의 고속도로공사를 처음 수주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건설기업들은 중동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활발히 건설 활동을 펼치고 있고, 최근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지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건설산업의 호황은 수주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연간 수주실적으로는 역대 최대인 398억달러를 달성하였고, 올해는 8월말 기준으로 387억달러를 수주하면서 새로운 기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외건설 총 누적 수주실적은 금년 8월말 현재 291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올해내에 3000억달러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해외건설시장은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차관공사 위주로 경험을 축적했고,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도로공사를 수주하면서 중동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76년 당시 우리나라 정부예산의 25%에 해당하는 9억3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쥬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인 발전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특히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는 오일쇼크 등으로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 외화획득에 높이 기여하면서 위기극복에 효자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해외건설 발전이 있기까지 순탄한 길만을 걸어 온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이후 중동지역의 건설경기가 쇠퇴하면서 중동지역에 편중되었던 우리 해외건설산업도 동반 침체를 겪어야 했으며,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외환위기는 건설업계에 구조조정의 찬바람을 몰고 왔었다.
2000년대 들어 우리 건설업계의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고유가를 등에 업고 건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올해에도 63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포함해 전체 수주의 60%에 달하는 232억달러를 중동지역에서 수주하면서, 중동의 오일달러는 해외건설산업 호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해외건설산업이 지금의 호황을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우리 해외건설 수주는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동과 아시아 지역이 전체 수주의 85%를 넘어서고 있어 시장 다변화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도급공사 중심의 수주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개발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나 아프리카 등 신흥자원부국들은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연계하는 패키지딜 형태의 프로젝트가 많으므로 자원개발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수주활동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건설공사도 고부가가치 공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알제리, 베트남 등지의 고속도로 설계 등 엔지니어링 분야 수주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플랜트나 토목, 건축 공사의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앞으로는 설계나 감리, PM 등 엔지니어링 분야의 수주활동을 높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력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게다가 국내 건설경기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어 우리 기업간 과당경쟁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도 수주경쟁에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등을 중심으로 업계에서 자율조정 노력을 통해 기업간 컨소시움 구성, 분할 수주, 역할 분담 등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8월에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UAE, 쿠웨이트, 베트남의 건설시장 순방에 나서면서 우리 건설인들이 땀흘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듣는 기회를 가졌다. 섭씨 4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 묵묵히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건설 역군들을 보니 흐뭇한 한편으로 주무 장관으로서의 책임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정부에서는 우리 기업과 건설인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함께 뛸 것이다. 해외신흥시장들은 아직까지 관 주도의 건설공사가 대부분으로 정부차원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주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의 자원외교 뿐만 아니라 국토해양부 차원에서도 민관 합동 시장개척단을 운영하여 수주지원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중동지역에 대해서는 쿠웨이트와 새롭게 건설협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정부차원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기업활동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한국의 발전모델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므로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소개하는 `해외건설 로드쇼`를 확대해 세계시장의 관심을 더욱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저개발지역의 자원부국에 대해서는 ODA를 확대하여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전략도 병행 추진할 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정보·인력·금융 측면에서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센터를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주재관 확대를 통해 정보의 발굴에도 앞장서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플랜트 및 건설관리 등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해외건설전문인력에 대해서는 범정부차원에서 글로벌 리더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경주하고 있다.
우리 건설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시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수출보험공사의 보험지원 규모도 확대토록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종잣돈을 지원하는 인프라 건설펀드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중소건설업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진출상담과 교육훈련을 실시토록 하고, 오지에서 근무하는 해외건설 근로자에 대해서는 해외소득에 대한 비과세범위도 확대토록 추진하고 있다.
해외건설산업은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 항상 큰 힘이 되었던 국가경제의 버팀목이다. 2007년의 경우 해외건설 수주액은 398억달러로서, 291억달러를 기록한 반도체산업을 넘어서는 수출산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