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정집서 강아지 27마리 불법번식…냉장고엔 10여마리 사체도

by이재은 기자
2024.09.20 06:28:06

동물보호단체 ''위액트'', ''도로시지켜줄개'' 등이 구조
가정집 내부에 배설물·쓰레기 가득, 피해견은 방치
노부부, 장애인 아들 2명 거주…지난해 10마리 인계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노부부가 불법번식하던 강아지 27마리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지난 19일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한 주택에서 발견된 애니멀 호딩 현장. (사진=위액트 SNS 갈무리)
사하구 유기동물보호소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위액트’와 ‘도로시지켜줄개’는 지난 19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한 가정집에서 불법 번식되던 강아지 27마리를 구조했다.

사하구 유기동물보호소 측은 2주 전 ‘몇 년 전부터 70대 노부부가 가정에서 개 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민 제보를 받고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위액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구조 영상에는 해당 가정집 내부에 배설물과 쓰레기가 깔려 있고 그 사이에 강아지들이 방치되거나 숨어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은 털이 엉키거나 이물질이 붙은 상태였으며 다리가 뒤틀리는 등 동물병원 진료가 필요한 피해견들도 있었다.

지난 19일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한 주택에서 발견된 애니멀 호딩 현장. (사진=위액트 SNS 갈무리)
위액트는 이날 SNS에 “냉장고 문을 열자 죽은 개들의 사체가 쏟아져 나왔다. 실온에 방치된 부패한 사체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며 “눈이 아릴 정도로 가득한 암모니아 가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방 안. 생활 쓰레기와 오물들로 발 디딜 곳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견 사체는 10마리 이상이었으며 해당 가정집에는 노부부와 장애가 있는 아들 2명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하구청은 지난해 해당 주택으로 복지 담당자를 보내 주거 환경 개선과 동물 보호를 위한 강아지 10여마리 인계 동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가족은 보호소에 보내고 남은 강아지들을 상대로 불법 번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강현식 부산 사하구의원은 SNS에 “이번 사건은 단순한 동물 구조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사하구 장애인복지담당 부서와 협력해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희연 사하구 유기동물보호소 운영위원장은 “노부부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긴급보호조치로 강아지들을 구조했다”며 몇 차례 신고에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구조된 동물들은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