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33년만에 최고치…추가 상승 기대감↑

by방성훈 기자
2023.05.21 13:55:45

닛케이225 1990년 8월후 최고…"버블 붕괴 직전 수준"
엔저·親주주정책 등에 外人투자↑…'버핏 효과'도 한몫
글로벌IB, 추가상승 기대…"日주식 저평가 돼 있어"
韓투자자들도 관심…최근 한달간 62억원 순매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인 투자자들 역시 지난 한 달 동안 6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한 일본 여성이 19일 도쿄 시내의 닛케이225지수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1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해 19일 3만 808.35으로 장을 마감했다. 도쿄증시 1부 종목을 모두 반영한 토픽스지수도 12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19일 2161.69로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 모두 1990년 8월 이후 약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니혼게이자이는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 18%, 토픽스지수는 14% 상승했다.

일본 증시 호조의 배경으로 △견조한 기업 실적 △경기 부양책 유지 기대 △소비 회복세 △기업의 주주 친화정책 △미국 및 중국 등 주요 경제국에 비해 양호한 경제여건 등이 꼽힌다.

니혼게이자이는 엔화가치가 하락하며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유입된 것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면서 그 덕분에 지난 19일까지 매매대금이 6거래일 연속 3조엔(약 28조 9000억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글로벌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일본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 공영 NHK 방송도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전체적으로 양호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자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주주 친화정책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기여했다는 진단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달 3300여 상장기업에 공문을 보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 대기업들이 연이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미쓰비시중공업은 배당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낮은 상태를 뜻하며, 현재 일본 상장사 가운데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이 40%에 달한다.

이외에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세웨이 회장이 지난달 종합상사 기업을 비롯해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이후 일본 기업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확산했고,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지난 1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일본 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증시에 호재가 됐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부연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닛케이225지수가 추가 상승해 3만선대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7일 20개월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3만선을 돌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증시 순매수 규모는 약 465만달러(약 61억 7800만원)로 집계됐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일본의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면서 PBR 지표 개선 등에 힘입어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3만 2000선, 프랑스 자산운용사 콤제스트는 3만 5000선을 각각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의 타테베 카즈노리 전략가도 “미국 등과 비교해 안정적인 투자환경,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더불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엔화약세 등으로 토픽스가 9% 추가 상승, 2350선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토픽스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1989년 사상 최고점 대비 여전히 25%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상승세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크레셋캐피탈의 잭 앨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주식이 저렴하기 때문에 비중을 약 50% 규모로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단기 상승 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형주에만 몰려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중소형주와는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