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급락에 뿔난 월가 "자사주 사라"…머스크 수용할까

by이정훈 기자
2022.10.16 12:52:22

ETF운용사 FFND, 테슬라 이사회에 자사주 매입 촉구
"주가 무자비한 추락…수년간 14兆 재원 마련해 사라"
투자적격등급 상향 감안…"자사주 사면 연 24% 수익도"
일각 "생산시설 투자땐 수익 약 100%…공장부터 늘려라"
19일 3분기 실적 발표서 자사주 매입 주요 이슈 될 수...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TSLA) 주가가 급락세를 이어가자 회사 측에 자사주 매입을 촉구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압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테슬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지, 그에 따라 주가 하락세가 멈출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퓨처펀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월가 자산운용사 FFND의 게리 블랙 공동 창업주는 최근 테슬라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테슬라가 늘어나고 있는 잉여현금흐름(FCF) 중 일부를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서한에서 블랙 창업주는 현재 테슬라 주가가 무자비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테슬라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가장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최근 테슬라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을 ‘BBB’로 받으면서 종전 투기등급을 벗어나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라선 만큼 자금을 차입하는 비용이 낮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랙 창업주는 “이제 테슬라는 투자적격등급이 된 만큼 최소 100억달러(원화 약 14조4250억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해 향후 수년 간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로 예정된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와 이후 컨퍼런스콜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의 자사주 매입 요청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 모터스(GM) 대비 빠르게 늘어나는 테슬라 잉여현금흐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최근 10거래일 간에만 거의 25%나 하락했다. 현재 12개월 추정 이익대비 PER은 37배 미만으로 낮아졌다. 앞서 테슬라 주가는 2020년 3월 첫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미국에서 셧다운(봉쇄) 조치가 내려진 직후 PER이 30배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서만 3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3% 하락했고, 러셀3000지수 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업종지수는 38% 하락했다.

물론 증시에서 성장기업들은 가급적 자사주 매입을 꺼리는 경향성이 높다.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을 추가적인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앞으로 3년 간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25%씩 늘어나면서 약 55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FCF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CF 규모가 워낙 큰데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미 단행됐던 만큼 자사주 매입 여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블랙 창업주는 지금부터라도 테슬라가 자사주를 현 주가 수준에서 매입할 경우 연간 24% 정도의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론 배런 배런캐피탈 최고경영자(CEO)처럼 자사주 매입보다는 신규 생산시설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배런 CEO는 “현재 테슬라는 70억달러 정도를 들여 생산시설을 만들면 연간 150억달러씩의 현금을 벌어들인다”며 “공장을 짓고 생산을 늘리는데 따른 내부수익률이 100%에 가까운 만큼 가능한 한 빨리 FCF를 활용해 전기차 생산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