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가만큼 안정된` 비트코인…투자매력 떨어진 암호화폐

by이정훈 기자
2018.10.23 08:25:16

[이정훈의 암호화폐 투데이]비트코인 가격 보합권 등락
이더리움 23만원 턱걸이중…대시·이더리움클래식 등 강세
좁은 박스권 등락에…비트코인 변동성, IT株보다 낮아져
ICE 백트, 12월에 첫 실물인수도 비트코인 선물 상품 상장

최근 나흘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픽=빗썸)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페시장이 정체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주요 IT주에도 못미치는 수준을 보이면서 투자매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불안한 증시 상황이 위험자산 선호를 낮추는 것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3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약보합권을 유지하면서 730만원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약보합권에 머물며 649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더리움도 소폭 하락하며 23만원 턱걸이를 시도하고 있고 리플도 하락세다. 반면 모네로와 에이다, 대시, 이더리움 클래식 등은 강세다.

기술적으로 박스권에 갇히다보니 뚜렷한 호재가 없는 한 상승이 버거운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지난주 6460달러에서 단번에 6390달러까지 떨어진 갭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6460달러와 6520달러 저항을 차례로 뚫어야 하며 길게 보면 지난주 고점이던 6810달러를 넘어서야 강세장으로 돌아설 수 있을 전망이다. 그나마 21일 이동평균선이 놓여있는 6120달러는 강력한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여전히 좁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뚜렷한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좁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주요 기업들의 주가보다 낮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마켓워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글로벌 마켓의 데이터를 인용, 비트코인의 20일 역사적 변동성(HV)이 31.5%까지 낮아져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아마존닷컴(35%)과 넷플릭스(52%), 엔비디아(40%)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는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29.3%)에 육박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최근 뉴욕증시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사인 틸레이(Tilray)의 경우 이 기간중 가격 변동성이 무려 219%에 이르고 있다.



역사적 변동성은 주로 20~30일 기간동안 기초자산이 기록한 수익률의 표준편차를 이용해 가격이 얼마나 큰 폭으로 등락을 보이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산출하는 지표다. 비트코인의 역사적 변동성은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부근까지 뛰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140%까지 높아졌지만 계속된 조정으로 낮아졌다가 최근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케빈 대빗 CBOE 옵션연구소 시니어 인스트럭터는 “1월 중순 1만10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의 표준편차가 4640달러로 42% 정도였던 반면 현재 6500달러 정도에 표준편차는 475달러, 7.3% 수준”이라며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마도 비트코인 시장이 성숙단계로 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며 “물론 아직까지 ‘뉴 노멀’이라고 하긴 이르겠지만 최근 몇 주일간 보여준 변동성은 충분히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거래소 그룹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설립할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인 백트(Bakkt)가 연말인 12월12일에 공식 출범한다. 백트는 기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달리 실물인수도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을 세계 최초로 상장할 계획이다.

이날 ICE그룹은 이날 백트가 12월에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11월보다 한 달 늦춰진 것으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인가 승인 지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ICE는 백트가 첫 거래 상품으로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 선물 계약은 자회사인 ICE 디지털에셋 웨어하우스를 통해 실물인수도 방식으로 만기 정산된다고 설명했다. 또 거래 정산도 ICE클리어 미국법인에서 이뤄진다.

실물인수도(Physical delivery)는 선물 만기에 최종결제가격에 해당하는 인수금액과 기초자산인 실물을 직접 교환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상품이나 통화선물에 적용된다. 반면 현금결제는 주가지수와 같이 실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자산을 기초로 한 선물을 거래할 때 실물을 인수도하는 대신 거래 차익만큼을 현금으로 주고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ICE측은 “비트코인 선물 1계약은 만기시 1비트코인(BTC)으로 교환된다”며 “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주 금융당국인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가 규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시키는 조치를 내렸다. 총 5000만달러 규모로 현지 스타트업인 글로벌테크익스체인지(GTE)가 올 여름 실시한 ICO에 대해 프로젝트 중단 조치를 내렸고 이에 회사측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줬다. 다만 아직까지 ASIC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진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