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개강여신'…탈코르셋이 바꾼 대학가 풍경

by조해영 기자
2018.09.02 12:00:00

'탈코르셋' 흐름, 개강 준비에도 영향
개강 앞두고 다이어트·화장품쇼핑 거부
"숏컷에 노메이크업…편하게 학교 갈 것"

포털사이트에 ‘개강여신’을 검색하면 화장이나 옷과 관련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포털사이트 캡처)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대학생 조현지(25·가명)씨는 개강 날 입을 옷을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개강에 맞춰 늘 하던 피부와 머릿결 관리도 접었다. 조씨는 커트한 짧은 머리에 편한 옷차림으로 등교한다. 조씨는 “탈코르셋 운동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동안 외모 평가에 익숙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더이상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탈 코르셋 운동여파로 대학가에 ‘개강여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개강여신’이 결과적으로 방학 중 성형수술, 다이어트를 조장하는 등 보여주기식 외모 단장이란 것이다. 대학가에선 매 학기 개강을 앞두고 개강여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였다. 개강여신은 방학을 끝내고 학교에서 만났을 때 몰라보게 예뻐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포털사이트에 개강여신을 검색하면 ‘개강여신 되는 헤어스타일’ ‘개강여신 되는 메이크업 팁’ 같은 광고가 줄줄이 뜬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확산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이러한 대학가 개강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앞서 다이어트를 하고 옷이나 화장품을 구매하는 대신 짧은 머리에 노 메이크업·안경 착용 등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등교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졌다.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는 서정민(20·가명)씨는 “개강이 다가오면 개강패션을 검색해 유행인 옷을 사고 액세사리와 화장품을 구입하곤 했다”며 “2학기 개강은 아무 준비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맞았다. 의례적으로 하던 다이어트도 접고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윤영(22·가명)씨는 “여전히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탈코르셋 흐름과 맞물려 대학내에서도 ‘여성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윤원정 동국대 총여학생회장은 “지금 당장 엄청난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개강을 앞둔 과도한 다이어트 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생겨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서울권 대학 총여학생회장 A씨도 “탈코르셋이라고 부르기 거창할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타인의 옷 등 외모에 대해 함부로 지적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