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저축은행 자산 10조 돌파…외국계 시장 26% 잠식

by노희준 기자
2017.07.13 08:25:46

<자료=예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저축은행 자산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외국계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외국계 자산은 국내 시장의 4분1을 넘어선다. 이들은 부실저축은행 정리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최소화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기대됐던 차별화된 여신심사기능 도입과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 수행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13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말 SBI·OSB·JT친애·JT저축은행 등 일본계 대주주가 소유한 4곳의 자산은 10조1432억원으로 전체 저축은행 자산 53조6225억원의 18.9%에 이르렀다. 일본계 저축은행 자산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0년 12월 일본 오릭스가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한지 7년여만이다. 여타 페퍼(호주)·조은(홍콩)·유안타(대만)·HK(미국)저축은행 등 외국계를 모두 포함하면 자산은 14조1088억원으로 26.3%에 달한다. 같은기간 순이익도 일본계, 외국계 각각 300억원(12.1%), 412억원(16.7%)에 이른다. 외국계 저축은행 국내 진출은 2011년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로 망가진 이후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본격화됐다(표 참조).

이에 따라 외국계 저축은행은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2월말 기준 부실 저축은행 정리에 투입된 공적자금(예보기금 특별계정)은 27조1700억원에 이르는데 외국자본 진출이 없었더라면 투입 금액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보 관계자는 “SBI는 인수 후 6차례 걸쳐 1조27000억원의 대규모 증자를 했다”며 “SBI가 아니었더라면 예보에서 최소 1조원 기금을 투입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도 부실 저축은행 인수 주체 부족 속에 당시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에 부실 저축은행을 사실상 떠넘긴 바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당시 망가진 저축은행을 가져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부 유출’로 대표되는 배당 문제도 아직 불거지지 않았다. 예보 관계자는 “외국계 역시 이익을 본지 1~2년밖에 안 돼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주주 변경 이후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료=예보>
하지만 미흡한 점도 있다.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설립 취지에서 볼 때 중소기업 대출 지원에서 외국계 8곳 중 5곳이 업권 평균에 미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같은기간 업권 평균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53%지만 JT친애(25%), JT(27%), 페퍼(37%), SBI(47%), HK(47%)등 5곳이 이에 못 미친다. 가계신용대출 금리에서도 그림자를 완전히 지운지 못 했다. SBI의 ‘사이다’, JT친애의 ‘와우론’ 등으로 외국계가 빈약한 10% 중금리 대출시장을 일정 부분 메우고 있지만 일부 고금리 대출 행태와 ‘엉터리 금리 산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OSB는 연 27~27.9%로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로 취급하고 있는 가계신용 대출 비중이 79%에 이른다. 이는 공평저축은행(95%)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중이고 HK도 이런 고금리 대출 비중이 52%에 이른다. 대부업계로 분류되는 OK(68%), 웰컴(55%)보다 낮은 비중의 JT(2.44%), JT친애(21%), 페퍼(24%), SBI(28%) 등도 있지만, SBI, HK 등은 주먹구구식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로 무차별 고금리 부과하다 최근까지 당국에 적발되는 등 기대했던 선진금융기법 실현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은 개인대출보다는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해주는 게 설립 취지에 맞다”며 “하지만 외국계도 소액 신용대출을 많이 하고 있고 CSS등에서도 선진기법을 들여왔으면 했는데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자산규모를 제외하고 일반 저축은행과 다른 외국계의 특색있는 영업행태는 딱히 얘기할 만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