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동반자살, 복지 헛점 보완해야

by논설 위원
2012.11.30 10:19:59

요즘 비극적인 동반자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부모나 자녀·손자가 병을 앓고 있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다른 가족과 목숨을 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28일 대구에서 암말기 진단을 받은 41세의 김 모씨는 홀로 키워온 17살과 14살의 딸들과 집에서 가스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김씨는 5년 전 이혼한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해왔으나 1년전쯤 뇌종양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벌이도 하지 못하면서 두 딸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에는 인천에서 이모(48ㆍ여)씨와 어머니(73)가 나란히 아파트에서 숨졌다. 결혼도 하지 않고 직업도 없이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이씨는 어머니에게 지급되는 월 9만원의 기초노령연금 수입외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어 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55만원인 아파트의 월세를 7개월째 내지 못해 독촉을 받아왔다.

또 24일에는 서울 한강에서 강모씨(80·여)와 딸 박모씨(42)가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은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미혼인 딸 박모씨는 5~6년 전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노모 강씨는 “딸을 혼자 두고 세상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해온 점에서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에는 72세인 김 모씨가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앓아온 12세의 외손자와 함께 목을 매 숨졌다. 경찰은 장애아인 외손자로 인한 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할아버지가 손자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의식이 강한 한국에서는 유난히 동반자살이 많다. 자신이 힘들어도 가족 구성원의 목숨까지 뺏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이를 윤리적으로 문제삼기 전에 동반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바닥 수준의 열악한 복지를 탓해야 할 것이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중한 병에 걸린 사람이 있을 경우 중산층 이하의 가정은 생활이 파괴될 정도로 사회안전망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만일 암말기 진단을 받은 홀어머니가 사회의 도움으로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있었다면, 그리고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에게 기초적인 생활이 보장됐다면, 심각한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어린이가 제대로 보호를 받았다면--. 그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나 국회는 복지 수준을 놓고 탁상공론만 할 것이 아니다. 당장 최근 일어난 비극적인 동반자살의 원인부터 분석해 바닥수준의 복지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