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많이 먹는 車 이젠 안 팔린다 '연비경쟁 시동'

by김형욱 기자
2012.09.07 10:19:08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업계의 연비 경쟁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치솟는 기름값에 높아지는 친환경 규제, 내년부터 의무 적용되는 신 연비기준(복합연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신차에 새 엔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보다 연비를 낮춘 상품성 개선 모델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디젤·하이브리드 등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새로운 구동 방식을 연이어 도입하는 분위기다.

7일 이데일리가 국내 완성차 5개사와 주요 수입차 10개사가 올해 출시한 80여개 차종의 신차 및 상품성 개선 모델을 분석한 결과, 3분의 2 이상(약 67%)인 58개 차종이 연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005380)는 1월 베라크루즈와 그랜드 스타렉스, 엑센트의 연비개선 모델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연비를 높인 쏘나타와 제네시스, 아반떼의 2013년형 모델을 내놨다. 6월 출시한 신형 싼타페도 연비가 13% 개선되는 등 총 8종의 연비개선 모델을 내놨다.

이에 뒤질세라 기아차(000270) 역시 K5와 쏘렌토R의 연비를 현대차 경쟁모델과 동일하게 맞췄다. 경차 모닝과 레이 역시 2013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연비 성능을 높였다. 준중형 세단 포르테의 후속으로 오는 17일 출시예정인 K3의 공식 제원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동급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일 연비를 높여 출시한 출시한 기아차 레이 터보(2013년형). (사진= 회사 제공)
르노삼성도 이달초 K3에 맞설 준중형 세단 뉴 SM3를 출시했다. 외형 변화보다는 연비 성능에 초점을 맞춰 공인연비(구 연비기준 17.3㎞/ℓ)를 15% 끌어올렸다. 한국GM이 올초 출시한 쉐보레 캡티바 2.0 디젤이나 말리부 LPG 모델을 비롯해 쌍용차(003620)의 코란도스포츠와 렉스턴W, 로디우스 유로도 연비 부담을 덜어낸 게 특징이다.



수입차는 올들어 총 36종의 연비개선 모델을 출시했다. 특히 BMW와 폭스바겐 등 독일 디젤 세단에 맞선 경쟁사의 출시가 두드러졌다.

포드코리아는 익스플로러 등 3종의 엔진 배기량을 기존 2.5리터에서 2.0리터로 낮추며 연비를 높였고, 퓨전 하이브리드, 포커스 디젤(연말께 출시)등 새로운 형식의 모델도 출시했다. 볼보코리아 역시 S60, S80 등 총 4종의 2.0 디젤 모델의 연비 평균을 기존 모델 대비 10% 이상 개선했다.

재기에 나서고 있는 일본 브랜드 역시 한국도요타가 1월 신형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 2월 프리우스 상품성 개선 모델 등 총 7종의 연비개선 모델을 출시했다. 한국닛산은 인피니티 M30d로 디젤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닛산은 알티마, 혼다코리아는 어코드를 연내 출시할 예정인데 연비 성능을 강조한 신모델이라는 게 특징이다.

올 초 출시한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사진= 한국도요타 제공)
자동차 업계가 상품성 개선 모델을 통한 연비 높이기 경쟁에 나서는 것은 고유가와 내수경기 침체 영향으로 유지비와 경제성을 소비자들이 중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내년부터 차량 제조사 측에 불리한 신 연비기준이 새로 도입된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제조사들은 올초부터 최대한 연비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출시한 기아차 레이의 연비는 구 연비기준으로는 17.9㎞/ℓ였으나 신 복합연비 기준으로는 13.9㎞/ℓ로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비 개선 바람은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주유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리터당 30~50㎞ 주행 가능한 다양한 새 모터사이클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인테그라’ 등 크로스오버 모터사이클을 출시했고, BMW모토라드는 오는 12일 스쿠터 C600 라인업 2종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