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상주 기자
2010.03.29 11:00:0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최근 달러 값의 변화와 미국 주가 사이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미국 달러의 값이 올라가면 전 세계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미국의 사정도 나빠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위기 상황이 높아져서, 즉 미국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 다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해에 계속 떨어지던 달러의 값이 올해 들어와서 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작년에 미국 달러의 값이 떨어질 때는 미국 달러가 국내에서는 물론 계속 해외로 나아가서 해외의 자산 가격을 올리므로, 즉 세계 유동성이 풍부해서 전 세계의 거품을 일으킨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 미국 달러의 값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가는 다시 올라가고 있다.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할까?
미국 달러 가격의 상승이 다시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일까? 유럽이 지리멸렬한 사정을 내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제도와 제도 운용자들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 것일까? 아니 시장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유럽이 공통의 화폐인 유로에 묶이어서 자국의 재정적자를 화폐가치 인하로 해결할 길이 막혀 버린 반면에 미국은 자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통화가치 하락으로 충분히 해결할 길이 열려 있다는 것으로 보아, 미국 제도가 유럽 제도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 것일까?
금융위기를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위기 정책으로 어떻든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미국 시장이 미국의 정책 운용자들에게 신뢰감을 보내는 것일까?
아니면 시장이 미국의 부채는 미국의 달러이므로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 계속 미국의 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헤게모니의 장점을 인정한 것일까?
지금 미국의 민간부문 신용은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의 신용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신용증가가 여전히 미국의 금리를 낮은 수준에 유지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시장에서 금융상품들은 국채에 비해서 별로 낮지 않은 가격에 많이 그리고 잘 팔리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유럽 그리스의 위기는 달러에는 오히려 약이 되었다. 유럽은 올해 내내 완화된 통화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로는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또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지면서 추가로 긴축을 할 여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계속해서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정부 신용의 확장이 민간 신용의 위축을 메워갈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미국의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뒤로 밀릴 뿐이다. 그리고 이런 시장의 인식은 곧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미국 달러의 강세가 주식 가격을 낮추는 쪽이 아니라 미국 주식의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달러의 강세가 국채 수익률의 상승, 그리고 위험 프리미엄의 상승과 함께 온다면 이는 위험 신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즉 이때는 달러의 강세는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