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을 감도는 따스한 기운 느껴지나요?

by조선일보 기자
2008.03.06 09:57:48

1년 52주 당일치기여행 ― 남한산성

[조선일보 제공] 남한산성 성벽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능선을 따라 흐르는 봄 기운을 느껴보자

남한산성입구역에서 남문까지

조선시대 인조가 청나라 진격을 피해 남한산성에 들어온 건 1636년 12월 14일. 47일간 남한산성 행궁에서 머물다 결국 청에게 머리를 숙이고 성을 나간 것이 1월 30일이니, 양력으로는 겨울과 봄이 맞물리는 이맘 때다.

남문은 남한산성의 정문으로 4대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정조 3년(1779년) 성곽을 보수할 때 지화문(至和門)이라 칭하고 현판을 달았다. 성문 앞 느티나무는 수령이 350년이 넘은 고목(古木)으로 늠름한 풍모를 보여준다.

남문~수어장대~서문…성곽 따라 걷기

남문을 지나면 산성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남문에서 서쪽으로 길을 잡으면 수어장대(守禦將臺)로 가고 동쪽으로 가면 동문에 이른다. 남문~수어장대~서문~북문에 이르는 구간은 성벽과 나란히 뻗은 등산로 가까이에 콘크리트로 포장한 산책로가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다. 콘크리트가 싫다면 성벽 바로 옆 좁은 흙 길로 걸으면 된다.

암문(暗門)은 비밀스러운 곳에 만든 통로를 뜻한다. 성내에 필요한 병기나 식량을 운반하고 적에게 포위당했을 때 지원병을 받아 역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성벽을 따라 안팎으로 모두 등산로가 나있다. 남문과 서문 사이 가장 높은 지점에 수어장대가 있다. 인조 2년 남한산성 축성 때 단층 누각으로 지어 서장대(西將臺)라 했다. 영조 27년(1751년)에 이층 누각으로 다시 지어 '수어장대(守禦將臺)'라는 편액을 달았다.

▲ 남한산성의 정문 격인 남문 앞 늠름한 나무들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 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서문~북문, 송파·하남이 발아래



서문은 작고 아담하다. 인조는 이 문을 지나 청의 군대를 향해 나아갔다. 성문이 낮아 머리를 숙여야 했으며, 서문 아래 길이 가팔라 말에서조차 내려야 했다고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서는 그리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성벽 바깥 등산로를 따라 걸어본다. 오른쪽은 하남시인데 멀리 한강 줄기도 보인다.

연주봉옹성 근처에 이르자 다시 암문이 나타난다. 성 안으로 들어서니 연주봉옹성을 지나 북장대지(北將臺址)가 나온다. 산성 안에는 원래 네 개의 장대를 세웠는데 지금은 서장대인 수어장대만 건재하고 나머지는 터만 남아있다. 북문을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험해져서 오가는 이들도 부쩍 줄어든다. 점심도 먹어야 하고, 오후에는 행궁도 들러봐야 하므로 산행은 북문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보들보들 주먹두부로 점심

북문에서 10여 분 정도 걸으면 산성 로터리다. 주말 나들이객을 겨냥한 식당들이 많다. 오복손두부(031-746-3567)는 베 주머니로 만든 주먹두부가 독특하다. 식사 메뉴로는 두부전골(3~4인분 2만원)이나 손두부 정식(5000원)이 있다. 동동주(6000원) 생각이 간절하다면 주먹두부(6000원)를 먹어도 좋다. 백제장(031-743-6551)의 산채정식(1만2000원)도 깔끔하다.

나무에도 역사가 느껴지는 행궁

늦은 점심을 마치고 가까이에 있는 남한산성 역사관을 둘러본다. 문화해설사가 상주하면서 설명도 해주고 질문에 답도 준다. 산성의 역사를 귀에 담고 다시 산성 종로로 돌아와 행궁(行宮) 안내 표시를 따라 서쪽 산기슭으로 향한다. 행궁은 유사시에 임금과 신료들이 머물기 위해 지은 것으로 70여 동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상궐(上闕)에 있던 건물이 대부분 복원됐다. 행궁 뒤편 느티나무 고목들은 역사를 말해주듯 가지가 기품있다.

지하철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 하차, 2번 출입구 앞에서 버스를 탄다. 6, 10, 10-1, 30, 30-1, 33-1, 55, 720, 720-1번 버스를 타면 남한산성 유원지로 간다. 정거장에서 남한산성 유원지까지 걸으면 15분.

8호선 산성역 2번 출입구로 나와 9번 버스를 타면 산성 종로까지 바로 갈 수 있다. 배차시간 10~15분. 돌아갈 때도 산성 종로에서 9번 이용, 산성역에서 내리면 된다.

자가용을 가져 갔다면 남문에서 가까운 남문 주차장이나 로터리 주차장 이용. 주차료는 하루 1000원.

남한산성도립공원 (031)742-7856
www.namhansansung.or.kr

남한산성역사관(031-746-1088)에선 문화해설을 들을 수 있다.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 2시30분이 해설 시간이지만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도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 남한산성문화유산해설사 카페에 일주일 전에 예약하면 성벽을 따라 걷는 동행해설에 참가할 수 있다. http://cafe.daum.net/welcom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