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 어딜가도 "쌈바''의 열정이 있다

by조선일보 기자
2007.10.25 11:14:00

오래된 벼룩시장…화려한 아트숍 거리


[조선일보 제공] 한국과 정확히 12시간 차이가 나는 지구 반대편 도시 상파울루(Sao Paulo)는 회색 콘크리트 숲과 싱그러운 망고 향기가 어우러진 낙천의 도시다. 미술관의 제복 입은 관리인은 “사진은 찍으면 안 됩니다”라고 제지하는 순간 조차 크게 웃으며 윙크를 날리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따봉! 따봉!(좋아! 좋아!)’을 외친다. 와글와글한 벼룩시장에서 말 안 통하는 할머니에게서 골동품 목걸이를 사고 과일 주스를 들고 세련된 ‘자르징스’ 지역을 느릿느릿 걸으면서 상파울루에 꽉 찬, 즐거운 에너지에 푹 빠져보자.
 
▲ 리베르다지 벼룩시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주말을 즐기는 ‘파울리스타’(상파울루 사람)들.

▲ 상파울루 거리에서 맛깔진 공연을 펼치고 있는 어린이들.

 

 
상파울루 미술관(MASP·Museu de Arte de Sao Paulo) 1층은 일요일마다 덕분에 활기를 띈다. 꽃 모양 자개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약 80R$·1Real=약 500원), 초록·붉은 색을 입힌 크리스털 와인 잔(약 60R$), 나무에 손때가 묻은 작은 의자(약 55R$)에서부터 망가진 전화기, 다 찢어진 엽서 등 고물에 가까운 ‘가격 책정 불가’ 상품까지 온갖 골동품들이 가판에 펼쳐져 있다. 시장에는 그저 구경 나온 사람들도 많은 듯 매대 앞에 아예 주저 앉아 오래된 엽서와 LP와 책들을 들춰보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시장의 상인들은 영어를 거의 못한다. 대신 웬만큼 쓸만한 물건에는 대부분 가격이 붙어있으니 매대 사이를 누비며 필담과 ‘보디 랭귀지’를 통해 골동품을 쇼핑하면 된다. 가격이 붙어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브라질 사람들도 대부분 흥정하지 않고 사는 분위기다.

MASP에서는 브라질 사람들의 모습을 색 깊게 그려낸 브라질 대표 화가 칸디도 포르티나리(Portinari)의 작품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앙리 마티스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5R$(월요일 휴무, 오전 11시~오후 6시). Av. Paulista, 1578·메트로 ‘Trianon MASP’ 역·http://masp. uol.com.br 길 건너 ‘트리아농 공원(Parque Trianon)’은 울창한 정글 분위기로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가기 좋다.

은 일본인 타운과 가까워 아시아 분위기가 물씬 난다. 판매 제품들은 기모노를 입은 인형, 한자로 쓰인 부적 등 한국 시장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이들이 뭐 그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브라질 사람들이 매대 사이사이 꽉꽉 들어차 있어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먹거리가 있는 곳은 특히 북적거린다. 볶음국수(야키소바·작은 접시 7R$·큰 접시 8R$)나 초밥(6조각 7R$), 다코야키(4개 4R$) 등 일본 음식이 대세인데 야키소바 앞 줄이 가장 길다. ‘치킨’과 ‘비프’ 두 종류인데 ‘믹스’라고 하면 적당히 섞어 준다. 약간 짠 편이지만 싱싱한 향이 살아있는 양배추가 듬뿍 들어서 씹는 맛이 있다. 싱싱한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주는 생과일 주스는 3R$. 메트로 ‘Liberdade’ 역.

상파울루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등 브라질의 역사적 건물들과 가까운 메트로 ‘Republica’ 역 앞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8시~오후 2시 열리는 에는 손으로 짠 니트나 가죽 구두처럼 수공예품이 많다.
 


▲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 ‘Salva Jorge’의 하우스 샐러드.
북적이는 벼룩시장이 상파울루의 ‘캐주얼 복장’이라면 한껏 차려 입은 아가씨들이 가득한 ‘자르징스’ 지역은 이 도시의 ‘정장 차림’을 연상케 한다. ‘자르징스’는 ‘정원’이라는 뜻으로 캐나다 콜롬비아 맥시코 아르헨티나 쿠바 등 나라 이름을 딴 재미있는 도로명이 많은, ‘스타일 거리’다. 칼 자르듯 정의된 구역은 없지만 대략 메트로 ‘Consolacao’ 역에서 ‘하더키 로보 길(Rua Haddok Lobo)’을 따라 ‘브라질 길(Av. Brasil)’에 이르는 지역을 어우른다.



문도 없이 앞이 뻥 뚫린 가게들과 제멋대로의 낙서가 많은 상파울루의 다른 지역들과 달리 이 지역의 가게들은 작은 매장에도 덩치 좋은 경호원들을 배치하고 두꺼운 보안 문을 설치해 놓았다. 몇몇 가게는 문이 아예 잠겨 있어 안에서 열어야 들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 유난스러워’ 싶지만, 매장에 살짝 접근하기만 하면 경호원들이 웃으며 문을 열어줘 마음이 풀린다. 상파울루의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안전하단 느낌마저 든다.

자딩스 지역의 중심 도로는 ‘하더키 로보 길(Rua Haddock Lobo)’과 ‘오스카 프레이레 길(Rua Oscar Freire)’이다. ‘하더키 로보 길’에는 카르티에, 불가리, 티파니, 살바토레 페라가모,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가 즐비하다. ‘오스카 프레이레 길’은 작고 아기자기한 현지 브랜드가 많아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더하다.

번쩍이는 입구에 커다란 다이아몬드 모양 조각이 공중에 걸린 는 위압적 외관과 달리 저렴한 브라질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많이 갖춰놓고 있다. 미술관처럼 꾸민 내부 인테리어도 구경거리다. 브라질 대표 디자이너 알렉샨드리 헤르코비치(Herchcovitch)의 연두색 ‘뾰족 하이힐’은 79R$, 플라스틱 샌들은 40R$. 에는 알록달록하고 신기한 문구류가 가득하다. 이밖에 ‘닥터 멜로 아우비스 길(Rua Dr. Melo Alves)’에는 인테리어 숍들이 많은데 노랑 주황이 어우러진 그래피티 풍 만화로 입구를 장식한 은 정교한 장난감과 2층의 팝 아트 미니 갤러리가 웃음을 자아내는 곳이다.



▲ 상파울루의 최고 스타일리시한 거리 ‘자르징스’에 있는 인테리어숍 ‘플라스틱’.
뉴욕서 명성을 떨치던 요리사 알렉스 아탈라(Atala)가 몇 년 전 고향 상파울루로 돌아와 자르징스 지역에 문을 연 레스토랑. 튀긴 망고를 올린 코코넛 스캘롭 등 창의적인 요리가 많다. 치킨·생선 요리 중 하나와 참치 무스, 샐러드가 포함된 ‘비즈니스 런치 세트(월~금요일)’ 38R$, 코코넛 스캘롭 50R$, 메인 요리는 60~90R$ 정도. Rua Brao de Capanema, 549·http://domrestaurante.com.br

|상파울루 레스토랑의 수준을 올려놓았다고 평가 받는 ‘파사노 호텔’ 그룹이 내놓은 레스토랑. 오리고기를 넣은 파스타 ‘파르파델리(Parpadelle)’ 46R$. Rua Haddock Lobo, 1629· www.fasano.com.br

|평일엔 넥타이를 맨 ‘금융맨’들로 북적거리다 주말이면 거리 공연장으로 바뀌는 ‘15 지 노벰브로(15 de Novembro)’ 거리 부근에 있는 식당. 흥겨운 보사노바 공연이 열린다. 하우스 샐러드 18.80R$, 브라마 엑스트라(Brahma Extra) 맥주 한 병 4.50R$. Rua Boa Vista, 192 http://barsalvejorge.com.br

|포르투갈인이 브라질에 초기 정착할 때 만든 역사적 교회 ‘파치오 도 꼴레지오(Patio do Colegio)’ 안에 위치한 노천 식당. 바로 앞의 사각 정원이 예쁘다. 에스프레소 2.50R$, 상파울루 451 샌드위치 16.90R$, 로얄라(Loyala) 샐러드 12.10R$. 메트로 ‘Sao Bento’ 역이나 ‘Anhangabau' 역과 가깝다. Numero 2-Centro·www.pateodocollegio.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