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미끄러질 땐… ‘카멜레온 전략’으로

by조선일보 기자
2007.07.05 10:29:00

환율하락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조선일보 제공] 환율이 미끄러지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 4일 현재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920원대,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7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화는 외환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향해 달음박질하고 있고, 엔화는 이미 외환 위기 직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름 휴가를 외국에서 보내기로 한 당신, 해외 펀드에 넣을까 말까 고민하는 당신, 자녀를 해외로 공부 보낸 당신을 위해 ‘환율 하락기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알아보자.



해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최소한의 경비만 환전하는 게 낫다. 공항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주거래은행에서 환전해야 하는 것은 기본. 1달러당 10원 정도 이익을 볼 수 있다. 환율 하락기에는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요령이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고 난 뒤 결제되는 기간 동안 환율이 떨어진다면 적으나마 환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미국은 신용카드를 그은 뒤 3~4일, 일본의 경우 15일 뒤의 환율이 적용된다. 반대로 해외에서 돌아온 뒤 쓰고 남은 외화가 있다면 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원화로 바꾸는 게 좋다. 

▲ “나처럼 그때그때 변신하세요” /조선일보 DB

 


유학생이나 연수생 자녀를 둔 부모는 환율 하락기에는 달러 송금을 될 수 있으면 늦춰야 한다. 신한은행 김은정 재테크팀장은 “환율 움직임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면 송금하기 위해 달러를 살 때도 조금씩 나눠서 몇 차례에 걸쳐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고객이 미리 지정해놓은 환율에 도달하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통지해 주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객이 미리 정해둔 환율이 되면 자동으로 외환 매매 거래를 해주기도 한다.




외화예금(외화로 예금하고 외화로 인출하는 예금)은 환율이 떨어지면 환차손(換差損·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입는다. 따라서 외화예금의 경우 신규로 가입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른 시일 내에 외화를 쓸 일이 있어 외화 예·적금에 가입하려고 하면 환차손을 줄여 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외환은행의 ‘자녀사랑 외화로 유학적금’은 만기 전 최대 5회까지 분할 인출이 가능한 상품으로 1년짜리 이자율이 5.13%로 비교적 높다. ‘환율안심외화정기예금’은 예금 만기 환율이 가입 시점보다 30~40원 떨어지면 10원을 보상해주고, 40원 이상 떨어지면 20원을 보상해준다.

신한은행의 ‘멀티플 외화적립예금’은 자동이체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어 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가입 고객이 환율의 상·하한선을 걸어 놓고 만약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적립이 중단되고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면 더 많이 적립하게 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의 ‘카멜레온 외화정기예금’은 달러가 약세일 때 수수료 없이 엔화·유로화·파운드화 등으로 전환할 수 있어 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해외 펀드에 가입할 때는 환 리스크 헤지(hedge·회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똑같은 해외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환 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해외 펀드는 대부분 달러로 주식을 사들여 운용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대개 환 헤지 비용은 판매액의 0.5~1% 수준이다. 그러나 환율 예측에 자신이 있는 투자자라면 환 헤지 없는 상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정연호 외환은행 WM센터 PB는 “환율이 바닥권이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환 헤지를 걸어 자신의 수익률을 고정시키기보다는 환 헤지 없이 수익률 증대를 노리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