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홍기 기자
2002.03.05 10:56:31
[edaily]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 주 주주 스코어보드를 발표하면서 작년에 주주들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안겨줬던 기업들은 소비자와 관계있는 기업들이었다고 밝혔다. 전자제품이나 사무용품, 소프트웨어나 세금 서비스 제공업체 등 소매업과 관련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최근 발표에서 세계 최대기업으로 올라선 월마트처럼 소비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최근 2년 간의 주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과 비교해 자산은 더 늘어나 있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가계 부채는 많지만 소비할 여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직도 풍부하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K마트처럼 파산보호 신청을 낸 유통업체도 있지만 이는 K마트의 전략적 선택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지 소비자 관련 산업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주주 스코어 보드란 어느 회사가 주주를 위해 가장 많은 이익을 안겨줬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스코어보드에는 주가 상승률 뿐만 아니라 재투자 배당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주주의 수익이 주가 상승과 배당금 등으로 구성된다는 금융의 기본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주가 상승률과 비교할 때 보다 폭 넓은 지표인 셈이다.
예를 들면 대형 백화점 체인인 J.C.페니는 154.6%의 수익률을 나타냈으며 전자제품 양판점인 서킷 씨티 스토어는 126.8%나 됐다. 다우존스 지수가 마이너스 5.4%를 기록한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본으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았다. L.E.K. 컨설팅의 시카고 사무소 부사장인 크리스토퍼 케네이는 “시장이 보다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과 검증가능한 성장 전망을 가진 비즈니스로 회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 스트리트가 메인 스트리트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닷컴이나 바이오 테크와 같은 한 때의 유행 기업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78개 산업의 1000개 기업에 대해 스코어보드를 작성했는데, 44개 산업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주주에게 가장 나빴던 산업은 커뮤니케이션스 테크놀로지로, 마이너스 57.2%였다. 그러나 9.11 테러와 회계 스캔들, 경기침체 등에도 불구하고 34개 산업이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했는데, 소비자 서비스가 84.9%의 이익을 안겼다. 사무기기는 64.7%, 컨테이너와 포장은 29.8%를 나타냈다. 그리고 테크놀로지중에서도 소프트웨어는 그런대로 괜찮은 실적을 나타냈다.
기업별로 보면 1000개 기업중 542개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줬다. 만약 투자자들이 1000개 기업에 1달러씩 투자했을 경우에는 연말에 73달러의 수익을 냈을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를 고려하지 않은 투자수익률이 7.3%라는 얘기다. 그리고 만약 상위 100개 기업에 1000달러를 나눠서 투자했다면 연말에 2010달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주식시장이 안좋았다고 하더라도 괜찮은 기업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짰다면 수익률 101%를 기록했을 수 있었다는 말. 특히 지난 수년간 실적악화로 고생하던 복사기 제조업체인 제록스와 약국 체인점인 라이트 에이드가 상위 25개 기업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스코어보드가 매수 추천 리스트가 아니라고 밝혔다. 1년의 수익률이 장기 투자자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지난 10년간 꾸준한 수익률을 냈다고 해서 이것이 미래에 대해 아무런 예측력도 갖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의 주가 상승률이 미래를 예측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다. 이미 그러한 실적이 주가에 반영돼 있을 뿐 아니라 공개된 모든 정보도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효율적 시장이론에 바탕을 둔 견해다.
다시 말해서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번에 랭킹을 발표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또 다른 해설 기사에 따르면 OSI 제약의 경우, 2000년에 909.4%의 주주 수익률을 나타냈다가 작년에는 42.9%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년만에 952% 포인트나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517.2%의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보안업체인 네트워크 어쏘시에이츠의 경우, 2000년에는 마이너스 84.3%였다.
한마디로 주가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심해졌다는 것이다. 워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작년 수익률에 기반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에게 있어 매우 위험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 매우 급격하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대학의 재무 교수인 토비아스 모스코비츠는 평균적으로 상위 10%의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들은 전 해에 하위 10%의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개별 주식들은 종종 이러한 경향과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그는 “열쇠는 평균적이라는 데 있다”면서 “수익률 상위 기업들이 다시 높은 수익률을 낼 때 이러한 효과는 겨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지속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00년과 2001년에 가장 높은 수익률 상승을 기록한 업체 50개와 가장 변동폭이 많은 기업 50개를 놓고 볼 때 변동폭이 154.6%포인트에서 952%포인트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식 시장 전체적으로 변동폭이 과거와 비교해 그리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개별 주식으로는 변동폭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상반되게 움직이는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쇄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 시장 전체를 놓고 분석하면 중요한 시장 흐름을 놓치게 된다는 얘기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존 캠벨은 “오늘날 주식의 변동폭은 1960년대와 비교해 40%나 증가했다”고 말한다. 캠벨 교수는 변동성이 증가한 것이 미국식 기업집단의 종말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기업집단 덕분에 한 부분의 하강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장기 수익성이 불확실한 기업의 주식이 많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기업공개 열풍으로 기업 연한으로 볼 때 아직 초기 단계인 기업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편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버튼 말키엘은 “기관의 주식 보유 등장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기관들은 뉴스를 같은 방식으로 취득할 뿐 아니라 뉴스에 대해 같은 방향의 의견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회사가 뭔가 잘못되고 있을 때 주식의 대규모 매도가 일어난다”는 것. 주식시장이 종종 비이성적인 공황 상태에 따라 움직이고는 하는데 여기에는 기관의 주식 보유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7년 블랙 먼데이때 일어났던 악순환(death spiral)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이 때문에 주식 포트폴리오의 다양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 교과서에는 투자자들에게 20개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제는 50개의 주식으로도 리스크를 없앨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과거보다 더욱 더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 교과서에 따르면 1000개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20개나 30개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없애는 효과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말키엘 교수는 기존의 재무 교과서로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개별 주식의 리스크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다우존스 지수에 포함된 30개 기업중에서는 유통 체인점인 월마트가 지난 5년간 연 평균 39.1%의 수익률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장비 체인점인 홈 디포가 36%로 2위를 차지했다. 씨티그룹은 28.9%, IBM은 26.9%였다.
5년간 최고 수익률 &8211; 베스트 바이
5년 전 베스트 바이는 깊은 수렁을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이야기는 베스트 바이에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 베스트 바이는 경쟁업체나 제조업체에 의해 기름이 잘 쳐진 유통 기계로 묘사된다. 효과적인 재고 관리와 후선 지원업무 관리, 꾸준한 시장 점유율 확대 등으로 유명한 월마트와 비교되고는 한다.
만약 1996년 말에 베스트 바이에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작년 말에 그 돈이 2만 8천 39달러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애널리스트인 셸리 헤일은 “베스트 바이는 소비자 가전 산업의 배급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들은 납품받은 물건 대금을 치르기 전에 재고를 회전시켰다. 여러가지 면에서 베스트 바이는 월마트와 같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몇번의 굴곡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에 한 해에 50개 정도의 점포를 새로 연 베스트 바이는 1992년 회계연도에 10억 달러에 약간 못미쳤던 매출을 1997년 3월로 끝난 회계연도에는 거의 80억 달러까지 높였다. 그 와중에 베스트 바이는 값싼 컴팩트 디스크를 찾는 음악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됐다. 그러나 1996년에 너무 많은 PC를 재고로 쌓은 탓에 1500만 달러를 손실 비용으로 처리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1997년 회계연도에는 주당 4센트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1996년에 베스트 바이는 (자체) 대출 규정을 위반한 탓에 3분기에 11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과도한 PC 재고로 인한 세전 손비 처리 1500만 달러가 포함돼 있었다. 베스트 바이는 대부자와 신용 조건을 재협상한 끝에 새로운 점포 확장을 거의 중단했고 1997년에는 자체 고질병을 고치기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소비자 금융 조건이 너무나 관대했을 뿐 아니라 광고가 어떠한 효과를 냈는 지를 측정하는 장치도 없었으며 점포도 너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리고 재고 관리가 부재했으며 대량 구매를 통한 할인 협상에 있어 제조업체보다 우위에 선 구매력 이점을 활용하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흔히 말하는 총체적인 기업 전략 부재라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진단을 통한 처방은 곧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1998 회계연도에 주당 46센트의 이익으로 반전됐다. 영업 이익율과 재고 회전율이 놀랄만큼 향상됐다. 주가는 1997년 1월 2.5달러에서 1999년 중반에는 74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의 샌포드 베른슈타인 보고서는 베스트 바이는 전투의 상처를 통해 회사 가치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파국에 거의 다다랐었다는 기억이 회사가 총체적으로 창의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것이 경영진으로 하여금 그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도록 앞을 내다보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업체중 베스트 바이처럼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는 거의 없다.” 펜도 “어려움을 통해서 항상 강해졌다.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간에 끈끈한 우애가 생겼다”고 말한다.
물론 베스트 바이의 회생에는 운도 따랐다. 회생 시기는 DVD 플레이어와 디지틀 카메라, 디지틀 TV와 같은 새로운 가전기기의 러시와 일치했다. 작년의 미국내 소비자 가전제품 총 판매량은 931억 7000만 달러. 이중 베스트 바이는 21.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1999년의 13.8%, 2000년의 16.3%에서 계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매출이 써킷 시티를 18분기 연속해서 앞질렀다.
그러나 베스트 바이가 항상 주주들에게 좋은 일만 한 것은 아니다. 2000년 11월 수익 추정치를 맞추지 못한다고 발표, 하룻만에 주가가 39%나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주가를 회복, 작년 말에는 1999년 7월의 74.48달러까지 주가가 회복됐다.
또 베스트 바이의 앞 날이 꼭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주말 주가는 68달러였다. 그리고 최대 경쟁자인 써킷 씨티는 최근에 다시 베스트 바이와의 경쟁 기반을 갖췄다. 지난 12월에 점포를 연 지 최소 1년이 넘은 점포의 매출이 10% 늘었다고 밝혔다. 베스트 바이는 6.2%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일부 투자자들은 레코딩 뮤직 산업의 취약성이 작년 1월에 인수한 1300개 체인점을 가진 베스트 바이의 뮤직랜드 산업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 달에 기업 가치 평가에 근본적인 리스크가 있다며 시장 평균 수익률 상회 정도로 주식을 평가했다.
그러나 베스트 바이는 계속해서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다. 1월의 애널리스트 미팅에서 의욕적인 새로운 매장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는 3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그리고 2003 회계연도에도 순이익이 18~21%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3 회계연도의 하반기(2002년 9월~2003년 3월)에 경제가 회복될 것을 바탕으로 한 수치다. 회사 대변인은 “만약 그보다 이전에 경제가 회복된다면 이러한 숫자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고재무책임자인 대런 잭슨은 작년 12월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러한 전망은 매우 보수적인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라스 베가스 미팅에서 최고 경영자인 리처드 슐즈는 베스트 바이의 기업가치가 10년 안에 지금의 16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베어 스턴스는 “이러한 전망이 공격적인 목표라고는 하더라도 베스트 바이는 지금까지 꾸준히 목표를 달성해 온 전력이 있다. 우리는 이를 유의깊게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월마트와 같은 성공을 거둔 베스트 바이가 계속해서 월마트의 화려한 기록을 답습해갈 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