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채 0.2초만에 통과…SKT 거점 오피스 ‘스피어’ 가보니

by노재웅 기자
2022.04.14 09:00:00

SKT 직원들 위한 집 앞 첨단 오피스
본사 50%, 재택 30%, 거점오피스 20%의 비율이라고
개인 PC·노트북 없어도 클라우드 환경서 업무 가능
경치·독립·환경 등 원하는 취향 따라 좌석 선택
본사는 조직위한 공간, 거점오피스는 개인이 초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휘몰아친 2년여 동안 기업들은 굳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다. 변화한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함께 원격근무를 지원할 다양한 플랫폼 및 기술이 빠르게 발전된 덕분이다.

코로나19의 충격파에서 벗어나 서서히 정상화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ICT 분야를 중심으로 일부 기업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곳이 늘고 있다. 반대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과거의 업무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이 두 선택의 갈림길에서 ‘중간(하이브리드)’의 해법을 찾은 듯하다. SKT는 일산과 분당, 서울 신도림 3곳에 거점 오피스 ‘스피어(Sphere)’를 설립했다. 직원들이 을지로 본사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최대한 가까운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업무공간이다. 재택근무보단 업무 집중도를 키우는 동시에 본사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은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게 스피어다.

지난 12일 스피어 신도림점을 방문해 SKT가 추진하고자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업무 방식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스피어 신도림점은 신도림역과 연결돼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디큐브시티 오피스동 21층과 22층 2개 층에 170개 좌석이 마련돼 있다. 지하철 1·2호선과 연결된 서울 서남부와 인천, 광명, 안양 등 경기 서남부 권역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

스피어 신도림점 출근길에 만난 SKT 직원 홍경의(29·여) 매니저는 “사당역 인근에 거주 중인데 원래 본사로 출퇴근하던 시간보다 절반이나 줄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홍 매니저의 경우 최근 2년 동안에는 재택근무를 해왔다고 한다. 지금도 자유롭게 재택근무가 가능한데 왜 스피어로 출근을 선택했을까. 그는 “아무래도 집보다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다”면서 “단순히 위치만 가까운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연동 시스템 등을 통해 업무 효율을 본사로 출근하는 것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실 입구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솔루션 ‘누구 페이스캔’이 출입을 통제한다. 사원증이나 별도 출입카드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식별 가능하고, 단 0.2초 만에 인식 가능하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잠깐 설 필요도 없이 그냥 걸어 지나가도 원활하게 출입문이 열린다.

좌석을 선택하는 키오스크도 AI 기반 얼굴 인식 솔루션이 탑재돼 있다. 키오스크 또는 ‘스피어’ 앱을 통해 각 거점 오피스의 잔여 좌석을 파악하고 예약할 수 있으며, 협업할 동료가 현재 집, 본사, 거점 오피스 중 어디서 근무하고 있는지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데스크 좌석에선 개인 PC 없이도 클라우드로 연동된 가상 데스크톱 환경으로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PC와 똑같은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있다. 책상 디자인과 공간 설계 모두 SKT가 직접 자체 제작했다. 사진=노재웅 기자
SKT 직원들이 거점 오피스 스피어 신도림점에서 AI 기반 얼굴 인식 출입과 좌석 예약을 하고 있다. 단 0.2초 만에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잠깐 설 필요도 없이 그냥 걸어 지나가도 원활하게 출입문이 열린다. SKT 제공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자 작업용 노트북 없이 빈손으로 출근한 직원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아이데스크(iDesk)’라는 좌석을 선택에 앉았다. 자리에 비치된 태블릿에 얼굴을 인식하면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에 연동돼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PC와 똑같은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PC 옆의 태블릿에는 자신이 원하는 사진이나 이미지로 배경화면을 띄울 수도 있다. 평소 사무실 책상에 자녀의 사진을 놓고 일하던 직원이라면 이를 통해 공용 PC의 낯선 느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중에는 얼굴 인식과 함께 책상 높낮이나 조명의 밝기 등이 개인이 설정한 값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되고, AI 에이전트를 접목하는 등 개인에 더욱 집중한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아이데스크의 장점도 훌륭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직원은 자신의 작업용 노트북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에게 특히 인기 만점은 30석 정도 마련된 창가 좌석이었다.

책상 바로 옆 통창 너머로 시원하게 보이는 시티뷰가 매력인 공간이다. 창가 좌석에 앉지 못한 한 직원은 “창가 좌석은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장 먼저 예약이 꽉 찬다”고 웃으며 말했다.

거점 오피스에서 가장 인기인 창가 좌석 전경. 통창으로 보이는 신도림역 인근 시티뷰가 일품이다. 사진=노재웅 기자
일부 좌석은 주변이 식물로 둘러싸여 있어 색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사진=노재웅 기자
독립적인 공간을 원하는 직원들이 많이 찾는 아일랜드 좌석. 사진=노재웅 기자


대신 창가 좌석은 사무실 가장자리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경치만큼이나 훤하게 노출된다는 점이 단점이다. 때문에 독립적인 공간에서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싶은 이들은 섬처럼 파티션이 펴있는 ‘아일랜드’ 좌석을 선택한다. 쾌적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은 이곳이 야외인지 실내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식물로 뒤덮인 친환경 좌석을 선택하는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좌석 선택도 제각각이었다. 꼭 처음 앉은 자리에서 하루를 마감하지 않고 기분에 따라 자리를 옮기는 직원들도 많았다.

1인 회의실 스피어 팟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한 직원이 오큘러스 퀘스트를 착용하고 다른 거점 오피스에서 접속한 동료와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영상=노재웅 기자


비대면 협업이 중요한 거점 오피스답게 회의실도 1인용부터 4인용, 단체까지 인원별로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한쪽에선 HMD(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퀘스트를 착용하고 스피어 분당점에서 접속한 직원과 가상공간 속 회의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하반기부터는 자사 플랫폼 ‘이프랜드’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프랜드로 옮기면 가상공간 속 업무 몰입도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현장에서 함께 참관한 한 관계자는 머쓱한 웃음으로 대신할 뿐 특별한 부정을 하진 않았다.

스피어 신도림점은 벌써 전체 좌석의 60~70%가 매일 사용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본사 5, 재택 3, 거점 2의 비율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애초 예상했던 수치와 유사하다는 게 SKT 측 설명이다.

SKT 관계자는 “단순히 공간만 제공해 잠깐 근무할 수 있는 거점 오피스를 마련한 것이 아니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직원들이 거점 오피스로 출근을 원하진 않는다”며 “본사가 조직을 위한 공간이라면 거점 오피스는 개인에 초점을 두고 구축했고, 앞으로도 직원들이 원하는 개인화 기능을 지속해서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