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20.03.28 12:12:1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음악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1월 이후 아시아에서만 2만개 이상의 공연이 취소됐고, 이에 따른 매출 손해는 2억86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거나 강제하면서 음악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음악산업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영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호에서 음악산업 전문 저술가인 바비 오신스키의 글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질 음악산업의 미래를 조망했다.
무엇보다 공연업계의 변화가 점쳐진다. 공연업계는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연에 드는 비용 절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더 작고 덜 정교한 공연이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티켓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음원 스트리밍 업계 재편 여부도 주목된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나빠지면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게 된다. 이로 인해 타이달, 디저 등 소규모 스트리밍 서비스는 타격을 입는 반면,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탱할 여력이 있다. 빅3 업체들은 또한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스포티파이 등 소형 업체들을 사들일 수도 있다.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면서 출퇴근하고 점심을 먹고 모닝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줄었다. 이는 음악 감상 습관과 소비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건강과 돈에 대한 우려가 안정되면 퇴근 후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변화가 더뎠던 라디오도 이번 기회에 혁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줄면서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 사람도 감소했다. 미국에선 일부 지역 라디오 방송국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이를 계기로 거대한 전국 프로그램 대신 지역 청취자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오디오 및 악기 제조업체들은 서플라이 체인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들여오는 일이 번거로워진 만큼 일부 재고를 국내에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안이 됐다.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들은 이번 위기에서 생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음악산업의 대기업들이 헐값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같은 변화는 위기 종식 이후 음악업계가 더 건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오신스키는 내다봤다.
오신스키는 “모든 위기에는 기회와 희망이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며 그림자 속에 산다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고, 시련이 우리 스스로와 업계를 더 좋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 우리는 결국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음악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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