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돋보기] 與, 극한 공천갈등에도 총선승리가 가능한 이유?

by김성곤 기자
2016.03.19 13:00:00

연초 더민주·국민의당 분열로 여권 우세 전망
새누리당 공천 후폭풍으로 수도권 민심 역풍
與 수도권 패배에도 과반·野 수도권 압승해야 과반
60대 이상 與지지 압도적·세대별 비대칭적 투표율도 주요 변수

(자료=리얼미터)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4.13 총선이 불과 2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는 아직 공천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수험생이 시험을 앞두고 막판 벼락치기하듯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파열음만 난무합니다. 여야 모두 매끄럽지 못한 공천이지만 눈길이 더 쏠리는 쪽은 새누리당입니다.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유승민 의원에 대한 운명과 비박계 무더기 낙천이라는 돌발 변수 때문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박계 낙천자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할 경우 이번 총선이 다여다야 구도로 흐르면서 예측불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여다야 구도에 새누리당 초강세 전망

연초만 해도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압승 전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양분됐기 때문이죠. 정의당이라는 기존 진보정당 이외에 정통 야권이 분열하면서 총선은 사실상 1여3야의 구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당은 과반이 아니라 180석 획득을 공언하며 공세에 나섰습니다. 야당은 상황은 처첨했습니다. 과반이 아니라 19대 총선 의석 유지 또는 개헌 저지선 확보를 내세울 정도로 방어적이었습니다.

물론 야권이 분열해서 다당제 구도로 치러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만들어진 적도 없지는 않습니다. 87년 대선 이듬해인 1988년 13대 총선이 유일합니다. 다만 그때의 경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라는 이른바 3김으로 불린 정치거목이 영남, 호남, 충청이라는 강고한 지역기반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연초 공공연하게 ‘180석 대망론’을 이야기했습니다. 명분은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주범인 국회선진화법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내심 20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이면 단독 개헌이 가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후 야권에 맞서는 유력한 차기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은 이원집정부제 개헌까지 성사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의석수입니다.

야권 상황은 참담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안철수 대표가 주도한 국민의당 창당 이후 ‘호남경쟁·수도권연대’라는 큰 틀은 지켜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호남은 경쟁한다 해도 수도권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의 경우 연대없이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게 선거의 기본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야권통합 발언 불거진 야권의 혼란상은 총선 막판 야권연대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비박계 무더기 낙천사태, 與 분열로 이어질까?

새누리당 공천 최대 뇌관인 유승민 의원과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
야권분열이 이번 총선의 최대 상수라면 새누리당의 공천 후폭풍은 그에 버금가는 돌발변수입니다.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친이계·유승민계 등 비박계 의원들이 상당수 낙선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구에서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구갑) 홍지만(대구 달서갑) 김희국(대구 중남구) 의원은 물론 이이재(강원 동해삼척)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이 탈락했습니다. 유승민계는 사실상 전멸 수준입니다. 비박계 역시 친이계 좌장인 5선의 이재오(서울 은평을), 원조친박에서 탈박, 복박을 거쳐 다시 비박계로 돌아간 진영(서울 용산을), MB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대구 수성을),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도 낙천했습니다. 원외 인사지만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경기 성남분당을), 강승규(서을 마포을) 전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됐습니다.

컷오포된 현역 의원 대부분이 탈당 또는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입니다. 안상수, 조해진 의원은 이미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나머지 인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최종 결심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더구나 유승민,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이른바 비박 무소속 연대를 결성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불가능합니다. 구심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18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연대를 예로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18대 총선은 박근혜라는 확고한 차기주자의 존재로 대성공(친박연대 14명·친박무소속연대 12명)을 거뒀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차기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지만 대세론을 누렸던 박 대통령과 비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울러 대구와 수도권이라는 이질적 조합도 문제입니다. 수도권에서 비박무소속연대가 선전할 경우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에서 위기를 느낀 보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비박 무소속 연대는 현실화 여부도 불투명할뿐더러 깃발을 들더라도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 같습니다. 마치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이회창 총재의 이른바 물갈이공천에 반발해 김윤환·조순·이기택 등 거물 정치인들이 민국당을 창당했지만 권토중래에 실패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는 생물? 총선 D-25일 무슨 변수가 더 있나?

물론 정치는 생물입니다. 변수는 더 있습니다. 새누리당 공천 내홍이 수도권 민심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는 수도권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지역구 전체 253석의 절반에 육박하는 122석(서울 49·인천 13·경기 60)입니다.

17일 리얼미터의 3월 3주차 주중집계(14~16일, 95% 신뢰도에 표본오차 ±2.5%p))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36.5%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더민주 33.8%, 국민의당 10.2%, 정의당 9.5% 등 야권의 합은 53.5%로 새누리당보다 17.0% 포인트 더 높습니다. 18일 한국갤럽의 3월 3주차 조사(95% 신뢰도에 표본오차는 ±3.1%p)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32%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야권은 더민주 23%, 국민의당 8%, 정의당 10%,기타 1%로 지지율 합계는 42%로 나타났습니다.

강고한 야권연대가 성사된다면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아주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이대로 가면 과반 확보도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역별·성별·연령별 정당지지율(자료=한국갤럽)
그러나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패배하고도 과반을 달성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4년전인 19대 총선입니다. 새누리당은 인천에서만 야당과 6대 6 무승부를 기록했을 뿐 서울(與 16 vs 野 32)과 경기(與 21 vs 野 31)에서 패배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야당보다 26석을 더 적게 얻고도 전체 152석을 얻었습니다.

반면 야권은 수도권에서 초대형 압승을 거둬야 간신히 과반 달성이 가능합니다. 탄핵역풍이 휘몰아쳤던 17대 총선 수도권 성적표입니다. 서울(열린우리당 32 vs 한나라당 16) 경기(열린우리당 35 vs 한나라당 14) 인천(열린우리당 9 vs 새누리당3).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에 43석을 더 얻고도 152석을 달성하는데 그쳤습니다.

20대 총선은 19대 총선과 많은 것이 다릅니다. 19대 총선은 사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분위기로 선거가 치러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0% 안팎의 지지율을 여전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총선은 보통 정권심판론적 경향이 높은데 이번에는 야당심판론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또 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이라는 모범적인 야권연대가 성사됐지만 이번에는 갈가리 찢어져있습니다. 더민주, 국민의당 이외에도 정의당과의 연대 문제도 걸려있습니다. 과거의 경우 전통야당과 진보정당만 연대문제를 논의하면 됐지만 이번에는 3각 연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술적으로 그만큼 더 어려워집니다. 설령 더민주가 정의당과 연대해도 국민의당이 반발하면 수도권에서 여야 일대일 구도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아울러 선거 때마다 지리하게 반복되는 야권연대 문제에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에 유리한 요소들은 적지 않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는 60대 이상 유권자층이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대로 올라섭니다. 또 젊은층보다 노년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대별 비대칭적 투표율도 선거결과를 가를 무시무시한 변수입니다.

어느덧 총선은 3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누리당이 공천내홍 등 갖은 악재에도 압승을 거둘지, 지리멸렬했던 야권이 총선 막판 연대를 성사시키면 극적인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