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뿐인 이 남자와 살아 말아

by경향닷컴 기자
2009.02.13 12:10:00

뮤지컬 ‘결혼’

[경향닷컴 제공] 재깍재깍….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는 벌거숭이가 된다. 80분 20초 동안 빌린 호화 저택에서 당장의 속임수로 구혼에 나선 남자. 그러나 금딱지 시계도, 명품 넥타이와 구두, 윤기 도는 양복도 반납 시간이 되자 하나씩 벗겨진다. 결국 사각팬티 차림이 된 남자 앞의 여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맨몸의 이 남자를 반려자로 선택하는 ‘철없는’ 여자가 요즘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사랑은 철없음에서 시작되지 않던가. 때늦은 철이 들어봤자다. 빠듯한 형편은 변함없고 밴댕이 가슴에 헐렁한 뱃살이 출렁이는 남편이 버티고 있을 뿐이고. 이때쯤이면 ‘함께 건강하게만 늙어가자’고 바뀌는 것 또한 인생의 미덕 아닌가.



<결혼>은 특히 여성관객들을 몇 초간 시험에 빠트린다. 결정의 순간, ‘저 여자가 나라면?’. 아줌마 관객들은 해피엔딩에 환호하는 ‘철없는’ 싱글들의 박수에 끌끌 혀를 찬다. 그러나 조건보다 사랑을 선택한 젊은날의 지순함에 안도하는 표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