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강국)현대重, 한국 경제의 `자존심`이자 `자부심`
by정재웅 기자
2008.06.23 10:12:24
현대重, 25년간 세계 조선업계 ''최강자''로 군림
세계 유일의 선박 기자재 자체 생산..역발상 통한 기술개발
국내 바다 3면에 모두 조선소 건립..생산능력 ''업그레이드''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지난해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생산한 품목 중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은 1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가장 덩치가 크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세계 1위에 오른 분야가 바로 조선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지난 25년 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해왔다.
현대중공업(009540)이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술력 덕분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산업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과 증권업에 진출하는 등 넓은 보폭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조선 산업에서 일본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은 불과 5년 전인 지난 2003년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의 1등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3년 수주량과 건조량에서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다. 당시로선 세계 조선업계를 주름잡던 일본을 눌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그 이후 25년간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깜짝쇼'가 아니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의 약 1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72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44개국 236개 선주사로부터 약 1600척(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선박을 건조, 인도했다.
현재는 24개국 75개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500척에 가까운 선박을 수주잔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5척의 선박을 건조했으며 총 218척, 258억달러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박용 엔진과 프로펠러, 발전기, 배전반 등 주요 기자재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특히 선박의 심장인 엔진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의 약 35%를 점유, 명실공히 세계 1위에 올라있다.
대형엔진의 경우 지난 2005년 세계 첫 누적생산 5000만 마력을 달성한 이래 2006년 6000만 마력, 지난해 7000만 마력 등 매년 기록을 경신해 왔다. 중형엔진도 지난해 2월 세계 최단 기간인 16년 2개월 만에 누적생산 1000만 마력을 돌파했다.
| ▲ 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한 초대형 선박용 엔진의 시운전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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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8월 순수 국내 독자기술로 '힘센엔진'을 개발했다. 10년간 약 4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성과였다. 이후 힘센엔진은 국내외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832대를 생산했다. 올해에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5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은 대형엔진과 중형엔진, 프로펠러, 크랭크샤프트, 실린더라이너 등 엔진 부문의 9개 제품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는 등 이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25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세계 1위의 영예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조선기자재 분야를 독자적으로 개발, 선박에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타 조선업체와 달리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 뛰어난 품질을 가진 조선 기자재들을 생산함으로써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그만큼 영업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배는 무조건 물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업계의 '고정관념'을 뒤집은, 육상에서 배를 건조하는 '육상건조공법'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 현대중공업이 상식의 틀을 깬 육상건조공법으로 맨땅에서 선박을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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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건조공법은 도크 없이 맨땅에서 선박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수주한 선박 중 일부를 이 공법을 이용해 건조하고 있다.
이 공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도크는 선박 건조를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육상에서 조립이 끝난 선박을 특수 장비로 들어 올리고 스키드를 이용해 안벽으로 옮겨 바지선에 싣는다. 이후 바다로 끌고 나가 바지선을 잠수시키는 방식으로 도크 없이 선박을 건조해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건조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켰을 뿐만 아니라 도크 사정에 관계없이 조기에 선박을 선주사측에 인도함으로써 신뢰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21척의 선박을 육상건조공법을 통해 건조해 냈다. 현재 연간 16척의 육상건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LPG선 8척을 포함, 총 55척의 육상건조 선박을 수주했다.
| ▲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선박건조기간을 줄인 현대중공업의 텐덤침수공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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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독특한 역발상은 '텐덤침수공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형조선소의 일반적인 건조방식이었던 텐덤공법을 역으로 적용, 선박 진수시 선박을 물에 띄우지 않고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건조 공기를 대폭 줄인 것이다.
도크 내 작업이 완료된 선박을 바다로 내보내는 진수 작업시 물에 뜨는 다른 블록들의 작업이 불가능했던 기존 텐덤공법을 개선, 진수시에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 도크 회전율을 크게 높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공법을 이용해 지금까지 1만TEU급 컨테이너선 등 총 7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진수시켰으며,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10번째 도크에도 적용을 검토하는 등 순차적으로 전체 도크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생산 능력의 확대도 서두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전북 군산에서 군산조선소 기공식을 가졌다. 총 180만㎡(54만평) 부지에 조성될 이 조선소는 약 1조2000억원이 투입돼 내년 8월 완공된다.
100만톤급 도크 1기와 1600톤급 겐트리크레인 등을 갖춘 매출 3조원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가 될 전망이다. 연간 28척의 선박 건조 체제를 갖추게 될 이 조선소는 기공식 이전에 이미 21척, 26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기공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해(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와 서해, 남해(현대삼호중공업)의 3개 바다에 모두 조선소를 갖게됐다.
| ▲ 현대중공업은 국내 바다 3면 모두에 조선소를 건립하고 글로벌 조선소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현대삼호중공업 전남 영암 조선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조감도, 현대미포조선 울산조선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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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이처럼 국내의 3면 바다에 모두 조선소를 건립한 것은 늘어나는 발주량에 맞춰 적기에 선박을 선주들에게 인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총 1341억원을 투자, 울산에 해양설비 전문도크를 건설하고 있다. 이 도크는 세계 최대인 100만톤급 도크로 고가의 대표적인 해양설비인 FPSO를 포함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건조하게 된다. 오는 10월말 완공 예정으로 연간 25척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울산 본사 엔진공장 생산능력 확대 ▲핀란드 바르질라사와 합작, 전남 영암에 LNG선용 엔진 생산공장 착공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