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용무 기자
2008.05.14 09:24:43
이마트와 매장 격차 9개로 줄여..양강체제 재편
홈에버 노조 갈등 해소 여부 최대 분수령될 듯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루머로만 나돌던 영국 테스코(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설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대형마트는 신세계(004170) 이마트의 독주 속에 홈플러스·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 등이 추격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이번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로 이마트 독주체제에서 `이마트·홈플러스 양강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14일 홈플러스와 이랜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모회사인 영국 테스코는 이랜드그룹으로부터 홈에버 전매장을 2조3000억원에 일괄 매입키로 합의하고, 이에 관한 계약을 이르면 금일 중에 체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기존 67개 매장에 홈에버 매장 35개를 합쳐 총 102개 매장을 보유하게 돼 선두업체 이마트(111개 보유)와의 격차를 9개로 줄이게 된다. 기존 `1강 2중 1약`의 구도가 `2강 1중` 체제로 바뀌게 되는 셈.
외형적인 인수효과 외에도 홈플러스 입장에선 그간 끊임없이 제기됐던 국내 철수설을 잠재운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업계 안팎에선 홈플러스가 롯데쇼핑·현대백화점(069960) 등에 매각될 것이란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반면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가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홈에버의 현재 처한 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홈에버는 지난해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또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영업에 있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홈에버는 매출 1조5767억원을 기록했지만, 2000억원(1939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불안한 내부 상황을 홈플러스가 어떻게 정리할 지가 향후 인수 후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강서·안산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양사의 점포가 중복돼 있는 점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더구나 홈에버를 2조3000억원에 주고 인수하기로 한 점도 찜찜한 대목이다. 홈에버의 매장 중 절반 정도가 임대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홈에버는 지난해 세일즈 리즈백(Sales & Lease Back, 유통업체가 보유 점포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해당 점포를 장기 임대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자사 점포 10곳을 매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게 돼 외형적으로 이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랜드그룹도 손 놓은 노조 문제를 홈플러스가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