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종이인데…펄프·폐지 원자재 가격 흐름에 희비

by노희준 기자
2024.09.27 06:15:00

펄프가격 두달째 하락...하락폭 2배로 커져
폐골판지 가격, 52주 최고가 경신...5개월째 상승
연말 쇼핑 시즌 맞아 폐골판지 가격 상승세 이어질듯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종이 제조의 양대 원료인 펄프와 폐지 가격 흐름이 엇갈리면서 인쇄용지 제조사와 종이박스 원료인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쇄용지 등의 원재료인 펄프 수입가는 하락폭을 키우는 반면 종이박스 기초 원재료격인 폐골판지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다.

(단위= 달러/t(펄프), 원/㎏(폐골판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폐골판지 가격은 전국 기준으로 9월 ㎏당 111.6원으로 전월보다 5.1원(4.8%) 올라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로써 폐골판지 가격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1년 전 73.7원에 견주면 37.9원(51.4%), 연초 대비로도 33원(42.0%) 올랐다. 폐골판지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0.1~0.2%씩 조금씩 오르다가 12월부터 오름세를 키워 중간에 지난 4월을 제외하고는 13개월 상승했다.

폐골판지는 종이박스 등 물품 외부포장에 사용되는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다. 펄프를 가져다 인쇄용지를 만드는 것처럼 종이박스는 골판지 원지를 이용해 만들며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가 폐골판지다. ‘폐골판지→골판지 원지→골판지 원단(원지 묶음)→종이박스’ 순으로 공급망이 이어진다. 폐골판지 가격이 오르면 골판지 원지 가격이 오르고 이어 가격 전가를 통해 종이박스 값이 오를 수 있다. 나아가 종이박스 등을 사용하는 유통·식품·택배업계 등에서 가격 인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 7월부터 아세아제지(002310), 한솔페이퍼텍, 신대양제지(016590) 등은 원재료인 폐골판지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골판지 원지 가격을 t당 9만원 올렸다. 3년 전과 비교해 20%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폐골판지 90% 가량은 사용된 종이박스 재활용을 통해 공급된다. 한번 사용된 종이박스가 버려지면 분리수거를 통해 회수되고 가공처리를 거쳐 재사용된다. 나머지 10%는 수입물량이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골판지 수출 가격이 좋아 해외로 보내는 양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경기 둔화로 폐지 순환 속도도 줄었다”며 “세계적으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 광군절 등 연말 쇼핑시즌이 기다리고 있어 폐골판지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 수입 펄프 가격은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미국 남부산 활엽수 펄프(SBHK)의 9월 평균 가격은 t당 705달러로 전월대비 120달러(14.55%) 떨어졌다. 이로써 SBHK는 지난달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만의 하락 전환한 이후 두 달 연속 떨어졌다. 하락폭도 전월 7.82%의 두 배 정도로 커졌다.

중국에서 400만t 규모(글로벌 생산량의 약 10%)의 생산시설 증설에 따라 공급이 늘었지만 중국 내수 부진으로 펄프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펄프를 수입해서 종이 제품을 만드는 한솔제지(213500), 무림페이퍼(009200), 무림SP(001810)는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