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은 왜 '국민참여재판'을 원했을까

by김소정 기자
2020.12.31 09:53:33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 왕기춘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왕기춘. 사진=연합뉴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제도로 일반인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따진다.

성범죄 경우 가해자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배심원들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죄율도 일반 재판보다 7.5배 높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일반 판사들은 성폭력 범죄에서 2.4% 정도 무죄율을 나타냈는데 국민참여재판으로 가면 7.5배가 높은 18% 가까운 수치로 무죄판결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선 “첫 번째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을 못한다. 피해자 잘못이 아닌데 사회적 시각 자체가 그걸 부끄럽게 만든다. (배심원이) 7~9명이 쭉 앉아 있는데 그렇게 14개 눈동자가 한 사람을 쳐다보는데 피해자가 어떻게 일관적으로 진술할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통념이 있다. 쉽게 말해 모텔에 들어갔고 일정 비용을 같이 냈고 충분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는데 도움을 요청 안 했다. 그리고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무슨 성폭행이냐, 합의하고 들어간 것 아니냐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그게 달라졌다. 들어가서라도 내가 아니면 아닌 거다. 그런 상황을 국민참여재판에 계시는 국민들이 그걸 빨리 캐치를 하셨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잘못된 통념으로 남아 있다 보니까 피해자에게 문제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승 연구위원은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성년자는 원래 수사에서 전부 다 감쳐줘 있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에게 진술에 신빙성을 주기 위해 눈을 맞춘다? 그래서 피해자를 부르는 건 아니다.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으로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국민참여재판 목소리에 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스승과 제자, 교수와 제자, 사회권력층이 이 국민참여재판을 이용해서 피해 약자에게 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2차 피해를 분명히 막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왕기춘은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던 체육관에서 미성년자 제자 A(17) 양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또다른 제자 B(16)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와 지난해 2월 B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 있다.

왕기춘은 “(피해자와) 연애감정이 있었고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왕기춘은 1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