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양적완화에 취한 글로벌 중앙은행…부작용 염두해야"
by이슬기 기자
2020.04.28 08:31:07
메리츠證 "과잉 화폐빨행이 초대하는 문제 나타날 가능성"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글로벌 중앙은행이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술에 취해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적으론 금융시장에 긍정적이지만 제때 정상화를 하지 못할 경우 화폐의 과잉발행으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이은 일본은행(BOJ)의 무제한 양적완화는 통화정책이라는 알코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단기적으론 금융시장 부양이라는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과잉 화폐발행이 초래하는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연준은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의 무제한 매입을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대응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어 일본은행도 지난 27일 무제한 국채 매입을 발표했다. 유동성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며 미국 및 글로벌 증시는 V자 반응을 이어갔고, 일본 증시 역시 27일 2.7% 급등했다.
유동성 장세가 본격적으로 열림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 연구원은 “지금은
증시가 반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한 달 간 매도우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효과로만 증시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공급 효과가 신흥국 증시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해도,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차 충격이 나타날 수 있어 해당 이슈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다. 해당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해 하 연구원이 든 예시는 대공황 전 미국 강세장 아래의 영국 투자자금의 추이다.
하 연구원은 “대공황 전인 1920년대 미국 증시는 강세장이었지만 당시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했던 영국계 자금은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대공황때까지 줄곧 미국 금융시장 투자비중을 축소했다”며 “이는 미국 증시가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유동성(금)이 필요해진 데다 유럽 국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미국에 대한 투자비중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로 하여금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외국인 자금과 무관하게 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과, 구조적인 문제 또는 달러화 수요 급증 등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한편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장기적으론 금융시장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하 연구원은 “미국 가계의 자산 중 주식이 30%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주식시장의 하락은 부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는 연준이 주식시장에도 개입해야 함을 의미하고, 불가피하게 부채는 증가하게 되며 언젠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하 연구원은 “연준이 자산매입 속도를 점진적으로 줄여가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자산매입의 속도 조절을 하고 있지만 다행히 증시가 악재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점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상당한 과잉 발행 문제는 연준의 정상화로 인해 해소될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