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군사협정'도 체결했는데…한·일 관계, '레이더 갈등'까지
by김관용 기자
2019.01.06 13:53:4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11월 한국과 일본은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지소미아)을 체결했습니다. 지소미아는 국가간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군사교류 추진의 기초가 되는 문서입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원하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은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는데, “옷을 벗더라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강행했습니다.
지소미아 체결로 일본과 군사협력 단계로 진입하는가 했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2017년 위안부 합의 파기와 지난 해 대법원 징용 판결로 악화된 한·일 관계는 군사적 협력 관계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우리 함정과 일본 초계기간 ‘레이더’ 갈등이 그 증거라는 분석입니다.
| 지난 2016년 11월 23일 한민구(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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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는 체결 당사국간 상호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의 보호, 관리방법 등을 정하는 기본 틀입니다. 제공 경로와 관계관 자격, 제공된 정보용도, 보호의무, 관리방법, 파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협정을 체결해도 모든 정보가 무제한 제공되지는 않습니다. 상호주의에 따라 사안별로 검토해 선별적으로 정보를 교환합니다.
현재까지 한국은 총 33개국 및 1개 기구와 군사비밀정보 관련 협정 및 약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정부간 협정을 맺은 국가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호주, 영국,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우즈벡, 뉴질랜드, 그리스, 인도, 루마니아, 필리핀, 헝가리, 요르단, 그리고 일본 등 20개국입니다. 국방부간 약정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파키스탄, 노르웨이, UAE, 덴마크, 콜롬비아, 벨기에 및 NATO(13개국+1개기구) 등과 체결했습니다.
국방부는 일본에 이어 중국과도 지소미아를 체결한다는 방침입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2년에도 중국에 지소미아 체결을 요청했지만 중국 측이 응하지 않은바 있습니다. 일본과 지소미아를 추진하던 2016년에도 중국에 관련 협정 체결을 요청했지만 ‘사드’(THAAD) 갈등으로 소원해져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중국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페루, 몽골, 터키, 태국, 체코, 독일, 인도네시아 등 10개국과의 지소미아 체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인도네시아는 국방부 간 약정만 체결돼 있는데 정부 간 협정으로 격상한다는 계획입니다.
| 도쿄 이치가야혼무라초에 위치한 일본 방위성 청사 전경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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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지소미아 체결 협의는 1989년부터 우리가 필요성을 제기해 2010년 한일 상호간 공감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체결이 추진된바 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무산됐습니다.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정상적인 군대도 가질 수 없는 일본과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10월 돌연 일본과의 지소미아 협상 재추진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4·5차 핵실험과 20여회의 미사일 발사 상황에 직면해 우리 능력과 태세의 보강대책을 검토했는데, 일본은 우리보다 많은 국방비 투자와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감시·탐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익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때 국방부가 제시했던 근거 중 하나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초계기입니다.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예비 1기 포함)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의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개 등의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북한에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우수한 첩보수집 및 분석 능력을 갖고 있어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 획득에 실질적 도움이 기대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본과의 협정 체결 당시 서명권자 문제도 있었습니다. 우리 측은 국방장관이 서명을 하는데 반해, 일본 측은 외무성 차관급인 주한 일본대사였던 것입니다. 한국은 국방부지만 일본은 외교부가 협정에 서명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될 뿐 아니라 상호 간 ‘격’(格)도 맞지 않아 저자세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하고 있는 P-3 해상초계기. 일본 측이 우리 함정으로부터 레이더 빔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초계기는 일본이 자체 개발한 P-1 기종이다.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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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 체결한 지소미아 대로라면, 일본이 레이더 주파수 데이터를 한국에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Ⅱ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교환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군사 비밀은 누설시 국가안전보장에 끼치는 위험 정도에 따라 Ⅰ급은 ‘치명적 위험’, Ⅱ급은 ‘현저한 위험’, Ⅲ급은 ‘상당한 위험’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 초계기를 조준했다는 사격통제레이더 주파수 데이터는 ‘작전 보안’을 이유로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결정적 증거없이 한·일간 감정 싸움만 하고 있는 꼴입니다. 지소미아까지 체결한 안보 협력국으로는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럴려고 그 반발을 무릅쓰고 협정을 체결했나 의문이 가는 대목입니다.
평소 한·일간 갈등을 중재해왔던 미국 역시 이번에는 조용합니다. 미국도 일본 측이 이번 레이더 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들어 미국이 새로 채택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상황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투트랙 전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사를 직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양국 간 미래지향적 발전관계는 별개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 문제와 경제 및 군사분야를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이번 레이더 갈등도 예전 같았으면 사실관계 확인 후 유감 표명 수준에서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나서 논란을 키웠습니다. 현 양국 관계의 한 단면입니다. 아베 총리는 6일 방송된 NHK ‘일요토론’에서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대응 조치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구상대로 일본과의 관계에서 투트랙 전략이 유효할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