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군 수도 완전장악..카다피 "승리 아니면 죽음"

by김기훈 기자
2011.08.24 09:31:17

시르테서 배수진 칠 가능성 커
현지방송 통해 "승리 아님 죽음 선택할 것`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리비아 반정부군이 무아마르 카다피 진영의 핵심 근거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장악하면서 반 년 넘게 끌어 온 리비아 내전이 사실상 반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42년 장기 독재체제에 대한 심판을 기다리게 된 카다피는 더는 발 디딜 곳 없는 벼랑 끝에 섰음에도 마지막까지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선택하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 무아마르 카다피의 본거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점령한 반군들이 카다피의 조형물을 짓밟으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출처:FT)
2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반군은 이날 카다피군과의 치열한 교전 끝에 요새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카다피군은 탱크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반군의 공세에 맞섰지만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가 전투기를 동원해 이를 무력화시키면서 반군 측의 요새 진입을 지원했다. 반군은 요새 내에 있는 카다피의 조형물을 짓밟고 공중에 총을 쏘며 승리를 자축했다.

압델 하킴 벨하지 반군 사령관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카다피와 그의 친구들은 쥐떼들처럼 도주했다"며 "우리는 트리폴리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반군 측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대사도 "리비아는 72시간 안에 해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새 일부에서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카다피군과 반군 간의 산발적 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나 이미 기울어진 대세에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군은 이날 교전에서 400명 넘게 사망했으며 최소 200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반군이 혈안이 돼 찾고 있는 카다피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군은 요새 내부를 샅샅이 뒤졌으나 그와 그 가족들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요새 내 지하 은신처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 요새가 트리폴리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외부로 탈출했을 공산도 큰 상황.

일각에서는 카다피가 탈출에 성공한 경우 아직 자신의 지휘권하에 있는 시르테에서 배수진을 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바브 알-아지지야에서 퇴각한 카다피군은 시르테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르테는 카다피의 고향으로, 이곳 사람들은 아이와 어른을 막론하고 카다피를 열렬히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에는 중거리 미사일인 스커드 미사일이 다량 배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반군과의 격렬한 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행방이 묘연했던 카다피는 알-오루바 TV를 통해 "(적의) 침략에 맞서 승리 아니면 죽음을 선택할 것을 맹세한다"며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전략적인 이유로 요새를 빠져나왔다면서도 자신의 신변을 의식해 소재에 대해서는 함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