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1.07.07 09:34:20
정유사들, 정부·소비자단체 눈치 보기
정부도 `유류세 인하`압박에 자유롭지 못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휴전기간은 끝났다.
기름가격 리터당 100원 환원을 기점으로 정부나 정유사가 또 다시 전투 모드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정유사들은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압력과 감시라는, 정부는 유류세 인하 압박이란 문제에 맞서 전투에 나서는 상황이다.
먼저 정부는 정유사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 100원 환원을 둘러싼 포문을 열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유사들의 기름 값 할인 종료일(7일)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담합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국제유가 하락, 환율안정 등을 감안해 기름 값 환원과정에서 담합이 없었는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업계의 담합가능성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지만 국제유가 하락, 환율안정까지 거론한 것으로 봐선 함부로 올렸다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압박은 점점 세지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말 "정유사들이 아름다운 마음에서 인하한 만큼 거둘 때도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은근히 업계를 압박했다. 심지어 김정관 지경부 제2차관은 4일 SK에너지(096770)를 두고 `카드할인을 종료하고 공급가격은 내리라`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내놨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정유사들도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S칼텍스가 먼저 `단계적 인상방침`을 밝혔고, 나머지 업체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눈치를 보는 곳은 정부만 아니다. 소비자단체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 판매가격(6일 기준)은 3개월 전보다 83.7원이 떨어져 100원보다 적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분석결과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3개월간 휘발유 공급가격을 리터당 72.59원만 내렸고, SK에너지는 100원 할인시행 전인 3월말 타사가 평균 16.32원을 내릴 때 오히려 15원을 인상했다. 더구나 전국 1만1927개 주유소 중 100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는 15.7%(1875개)에 불과했다.
정유사들이 약속한대로 리터당 100원 할인방침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기름 값을 올리더라도 이를 감안해 100원을 다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게 소비자시민모임의 설명이다.
정부가 정유사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100원 환원은 정부 입장에선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유류세금 인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류세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140달러가량 올라갔을 때나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바이유는 105.1달러(5일 기준)로 하락 추세다.
그러나 원유 관세인하에 대해선 부처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경부는 원유 관세를 3%에서 0%로 낮추면 리터당 21원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정부는 부정적이다. 이는 이론상의 수치일 뿐, 실제로 판매가격에 반영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한 달에 1100억원의 재정손실이 소요되는 일이라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