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RBC가 무엇인고]②드라마틱한 장기채 변화 없다
by문정현 기자
2011.02.11 09:10:35
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11일 08시 3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보험사들은 그 동안 지급여력비율을 건전성 지표로 고시해 왔으며 해당 분기말인 6월부터는 의무적으로 RBC 비율도 공표해야 한다. RBC 도입으로 장기채 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는 예상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를 일으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에 비해 부채 만기가 긴 보험사의 특성상 장기채 매수는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대형사를 중심으로 그 동안 상당부분 자산·부채간 듀레이션의 미스매치를 줄여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기준금리 정상화로 채권금리의 대세 상승이 예상되고, 정부의 장기채 활성화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대형 보험사 입장에선 지난 2년보다 채권 매수에 여유롭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보험사는 업계 특성상 자산·부채간 듀레이션 불일치를 떠안고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계약은 긴 데 비해 이에 매칭할 수 있는 적당한 만기와 건전성을 가진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도 위험이 없고 안전한 장기 국고채에 대한 보험사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다. 올해 기획재정부는 국고채 발행액인 82조4000억원 가운데 10년물과 20년물의 비중을 적어도 30% 이상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25%에서 확대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장기채 실제 발행량이 작년 수준을 웃돈다고 해도 장기 투자자의 수요로 무난히 소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매수 속도와 강도다. RBC 시행이 보험사의 장기채 매수세에 얼마만큼 변수가 되느냐는 얘기다. 보험업계는 이미 유예기간 동안 자산·부채 듀레이션 차이를 상당수준 줄여왔기 때문에 과거보다 매수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생보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RBC 도입에 따른 영향은 회사별로 다르다”며 “RBC 비율이 낮은 일부 회사의 경우 여전히 채권을 급하게 사야겠지만 대부분은 듀레이션 격차를 줄여왔기 때문에 작년만큼 장기채 매수를 크게 늘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BC 내용도 도입 당시보다 대형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됐다. 종전에는 보험상품의 판매 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금리확정형·연동형으로만 구분해 리스트를 산출했지만, 이젠 상품 잔존만기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즉 예전에 팔아뒀던 긴 만기의 보험상품에 대해 쌓아야 할 자산이 종전보다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기준금리 정상화로 채권금리의 대세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도 역마진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B생보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그동안 금리를 따라가면서 샀다면 이제는 관망하면서 원하는 레벨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보다 여유를 확보했다곤 해도 보험사들이 올해 채권 매수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외국인의 움직임이다.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 채권 과세, 은행세 등 외부 유동성 유입속도를 늦추기 위한 각종 장치가 도입되긴 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작년처럼 단기채에서 장기채로의 이동이 지속될 경우 보험사의 매수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평균 2.5년이었던 외국인의 보유채권 잔존만기는 2009년 1.8년으로 줄었다가 2010년말 2.3년으로 다시 늘어났다. 태국 등 단기차익 거래를 주로 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간데 반해 미국, 중국 등 중장기 투자자가 장기채 시장에 진입한 영향이다.
B생보사의 채권운용역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채권금리의 상승에 따른 금리차 축소, 각종 규제로 인해 한국 채권의 매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치 `용병`처럼 움직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이 신경쓰인다”며 “1월 초에도 외국인은 선물을 팔았지만 현물은 사들였다”고 우려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험사가 손실에 의외로 민감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작년과 같은 외국인 매수가 또 나온다면 당장 손해를 봐도 먼저 사두려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