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수주전, `대형사 독식 판도변화 예고`

by이진철 기자
2010.05.18 09:16:18

두산건설, 대형사 누르고 강남재건축 수주
무상지분율 이슈화.. 실익 챙기는 주민 많아져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시공사로 두산건설(011160)이 선정된 것을 계기로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고덕주공6단지 시공사 선정결과, 무상지분율이 판세를 갈랐다는 점에서 그동안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강남 재건축사업을 독식해왔던 대형건설사들은 수주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에 처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덕주공6단지 시공사로 두산건설이 결정된 것을 계기로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고덕주공2단지를 비롯해 고덕주공7단지, 둔촌주공, 개포주공, 가락시영 등에서 무상지분율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에는 두산건설이 평균 무상지분율을 174%로 제시한 것이 경쟁사였던 대우건설(무상지분율 162%)과 현대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무상지분율 151%)을 제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었다. 무상지분율이란 재건축단지 조합원이 추가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로 넓혀갈 수 있는 면적비율을 의미한다.

실제로 고덕주공6단지 24평형(대지지분 32.43㎡)의 경우 동일면적인 25평형(전용면적 59㎡)으로 옮겨갈 경우 조합원 환급금은 현대건설-포스코컨소시엄(6억7818만원), 대우건설(6억3154만원), 두산건설(4억8023만원) 순으로 유리했다.
 
이에 비해 44평형(전용면적 118㎡)으로  넓혀갈 경우엔 무상지분율 조건에 따라 두산건설(2억217만원), 대우건설(1억6754만원), 현대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8248만원) 순으로 환급액이 유리했다. 재건축을 통해 옮겨갈 아파트의 면적과 무상지분율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각기 다른 것이다.
 




대형사들은 재건축 조합원들의 무상지분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앞으로 사업수주에 어려움울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고덕주공6단지 시공사로 두산건설이 선정됨에 따라 인근 다른 재건축단지 조합원들까지 무상지분율 기대수준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선 주민들의 입맛에 맞춰 무상지분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사의 관계자는 "사업 이익과 리스크를 건설사가 책임지는 지분제 재건축 사업에서 제시할 수 있는 무상지분율 수준을 140%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주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이 무상지분율 경쟁에 나설 경우 현실성보단 `당장 사업을 따놓고 보자`는 식의 사업제안이 주류를 이룰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분양가를 높여 수익성을 보존하는 방안도 분양가 상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나중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선 당초 조합측에 제시했던 조건을 은근슬쩍 변경할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이번 두산건설 수주를 계기로 대형사 위주였던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기준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고덕주공6단지 수주를 놓고 시장에선 높은 무상지분율만을 부각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조합원 관리나 이주비, 분양가 등 다른 조건들도 조합원들의 요구에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덕주공6단지의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이 브랜드 인지도나 물량공세에 현혹되지 않고, 실속을 더 챙기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 5대 건설사가 아니면 명함도 못내밀었던 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중견건설사들도 사업성 분석을 잘해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상지분율을 제시한다면 단독수주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