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서 구례까지… 매화에서 산수유까지
by조선일보 기자
2009.03.12 11:55:00
[조선일보 제공] 서울 사람들은 머릿속에 '구례=산수유' '하동=매화·벚꽃' 공식을 만들어두고 여행 계획을 세운다. 머나먼 남도까지 애써 가서는 구례나 하동, 둘 중 하나만 보고 올라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구례는 전남, 하동은 경남이니 심리적 거리는 멀지만 두 도시는 '꽃길'로 유명한 '섬진강길'(19번 국도)로 가뿐하게 연결돼 있다. 편도 약 50분 거리. 한두 시간만 더 투자하면 2000원짜리 버스 한번 타고 꽃 구경을 두배로 할 수 있다.
꽃 여행 일등공신은 하동에서 구례까지 19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시외버스'다. 3월 중순 현재 섬진강 길엔 차밭 사이에 자연스럽게 핀 매화가 한창이고, 구례 명물인 노란 산수유도 활짝 피었다. 두 꽃은 4월 초까지 남도를 물들인 후 벚꽃에게 자리를 내줄 예정이다.
| ▲ 구례군 터미널에서‘산동 노선’군내버스를 타고 가는길, 창 밖 산수유 풍경이 여유롭고 맘 편한 꽃놀이를 선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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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에 올라타 운전석 바로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버스는 5분도 안돼 시내를 벗어나더니 왼쪽으로 섬진강을 끼고 19번 국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턱 괴고 앉아 버스 차창 밖으로 풍경을 좇다 보니 차밭과 어우러진 하동 쪽 매화의 자태에 눈이 즐겁다. 가뭄이 할퀸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분홍색 모래를 곳곳에 드러낸 섬진강이 흰 매화의 부드러운 배경이 되어 줘서일까. 팍팍한 겨울을 이기고 물을 한껏 머금은 매화는 섬진강 물이 다시 차오르기를 응원하는 듯 생생한 모양새다.
버스는 드라마 '토지' 촬영지인 '최참판댁'을 지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기로 유명한 화개장터 앞 '화개터미널'에 선 후 구례로 간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버스에서 내리지 말고 구례까지 내처 가서 산수유로 눈요기를 하면 되고, 매화 향이 그립거나 시간 여유가 있다면 화개에서 내려 섬진강변을 거닐다가 구례로 가도 좋겠다.
서울에서 하동터미널까지: 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2시간 간격으로 하동 가는 우등고속버스가 출발한다. 2만6200원.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례공영버스터미널까지: 하동터미널에서 오전 7시55분·9시30분·10시30분·11시30분·오후 1시30분·2시20분·3시30분·4시30분·5시20분·7시20분·8시30분 '구례행' 버스가 출발한다.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 구례 산수유마을까지는 구례 군내버스 '산동노선'을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