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패스트 패션, 패스트 엔터테인먼트

by김서나 기자
2008.09.24 10:42:00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로 패션리더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패스트 패션.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패스트 경향은 이제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 하지만 획기적인 새로운 룩이 등장해 유행을 이끌기보단 60년대 퓨쳐리스틱, 70년대 보헤미안, 80년대 레깅스 패션 등 여러 스타일들이 공존하며 서로 번갈아가며 나서고 있는 지금은 춘추전국시대와 같다.

그만큼 유행주기 또한 짧아져 이젠 미리 트렌드를 제시해 대중들을 리드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패션리더들이 현재 무엇을 원하는지 거리 트렌드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선택을 받을 만한 아이템들을 전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바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스페인 브랜드 자라로 대표되는 SPA, 즉 제조 직매형 브랜드들이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브랜드들은 고객의 반응을 수시로 체크하고 상품 기획, 제작, 판매까지 직접 진행하며 공정을 단축시켜 당장 팔릴만한 제품들을 빠르게 전달한다. 따라서 패션리더들은 지금 원하는 디자인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것.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스페인 출신 브랜드 망고와 자라에 이어 미국의 포에버 21, 영국의 톱숍, 스웨덴의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국내 런칭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패스트 패션에 속도감을 더하는 인터넷 쇼핑몰들.

넘쳐나는 패션 상품들 가운데에서 시선을 끌기 위해 쇼핑객들의 요구에 따른 스타일과 독특한 디자인 아이디어, 그리고 보다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패스트 경향은 패션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감지되는데, 전반적으로 문화 컨텐츠들이 다품종으로 생산되고 변화의 주기도 짧아져, 다수로부터 선택을 받는 건 어려워졌다.

이는 특히 연예계에서 두드러진다. 수많은 연예기획사들이 각기 스타 지망생들을 쏟아 내놓고 있고 이중 대박 상품으로 떠오른 스타의 경우 기업으로 성장하지만, 반면 기획사의 홍보물량공세를 바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해도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면 설 곳을 잃는 건 시간문제. 길게 보고 전문성을 기르기엔 마음이 급해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엔 코미디언이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유행어를 갖추듯, 개인기 연습과 튀는 캐릭터 창출이 먼저 요구된다.

음악 역시 앨범 작업에 몰두하는 소수의 뮤지션 외엔 행사용으로 활용하기 좋은 디지털 싱글 발매를 선호하는 추세이며 벨소리, 컬러링으로 팔기 좋은 가사와 멜로디로 어필한다. 작은 차이점, 화제를 만들고 대중들의 마음을 클릭해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 당분간은 인기 보장. 
 

 
VJ 출신 노홍철이 전무후무한 엽기 캐릭터로 새로운 스타의 유형을 제시한데 이어, 쇼킹한 삭발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했던 유채영은 이제 오버하는 푼수 역할로 맹활약 중이다. 그리고 왕년의 댄스그룹 R.ef의 성대현도 토크쇼에서의 좋은 반응을 발판삼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TV엔 이들과 같은 독특한 캐릭터에 기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데,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바로 기사화되는 시청률과 네티즌 반응은 뒤처지는 프로그램의 운명을 재촉한다.

일회용품처럼 쉽게 사 입고 버린다는 측면에서 패스트 패션은 환경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받기도 한다. 그래도 그 인기가 수그러들 만큼의 획기적인 방향 전환은 당분간 이루어지지 않을 듯.

소비자의 변덕스런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패션계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스타 역시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이나 이슈를 만들어 스스로 상품 가치를 높여야하는 적자생존의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