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30년전 메릴린치의 교훈

by김현동 기자
2008.03.24 11:13:13

(제3부)금융경쟁력이 살 길이다
영역 파괴한 복합상품 활성화 필요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1978년 메릴린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라는 혁명적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맡긴 현금에 대해 은행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수표 발행·신용카드 등의 금융서비스도 제공했다.
 
30년 전 메릴린치가 CMA를 도입하면서 월가의 증권회사와 상업은행 간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증권사들은 은행 예금상품을 침범했고, 은행은 금융 수퍼마켓을 표방하면서 투자은행 스타일의 첨단 금융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릴린치의 CMA 도입이 야기했던 금융상품 혁명은 30년이 지난 지금, 국내 금융회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통적인 예금 상품이나 주식형펀드, 보험상품으로는 더 이상 금융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은행-증권-보험이라는 업종간 구분을 뛰어넘는 혁신적 금융상품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이자수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은행권의 경우, 비이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CMA의 교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금융회사는 고객예탁금이나 저원가성 예금이라는 손 쉬운 수입원을 포기해야 하지만,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객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상품혁신을 통한 금융상품 수요 증가는 기존 수익감소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과거 메릴린치의 CMA와 같은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금융상품은 무엇일까. 바로 금융파생상품이다. 금융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금융회사는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2007년 9월말 기준

금융상품 개발 전문가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은행은 상품가격 급등을 헤지할 수 있는 상품파생상품 개발이 제한돼 있다"면서 "관련 상품이 없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상품가격 급등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은 장외상품파생거래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은행법상 은행의 상품파생거래는 기업의 헤지목적 거래로만 범위가 제한돼 있다.
 
`상품파생거래`란 환율, 금리, 주가(지수) 등 금융자산 외에 에너지, 금속, 운임, 농축수산물 등 상품자산의 가격변동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은행권의 상품파생상품 거래 규제가 완화될 경우, 은행은 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고 기업이나 일반 투자자들은 상품가격 등락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자료: 금융감독원 *2007년 9월말 기준 **귀금속거래 포함
재정경제부 "은행법이 상업은행법 체제라서 은행이 투자은행(IB) 업무를 하게 되면, 증권사와 영역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30년 전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
 
신용파생상품 역시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야다.
 
`신용파생상품`이란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나 여신 등 기초자산으로부터 신용위험을 분리해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하고, 거래 상대방은 위험 부담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금융상품이다.
 
시중은행 파생상품 담당자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은행이 특정 기업에 대한 여신이 많을 경우 현행 규정으로는 여신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신용파생상품을 이용할 경우 신규 여신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시장 활성화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