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업고…삼성 '반도체 AX'·현대차 'AI모델·로봇' 집중
by정두리 기자
2025.12.05 05:10:00
150조 국민성장펀드 본격 연계
휴머노이드 6.6조·AI반도체 1.3조
제조AX 참여기업들 투자 뜻 밝혀
금융계는 산은 외 4대 은행 참여
생산적 금융 확대 등 투자 호응
산업계, 유기적인 AX 생태계 기대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M.AX(제조 분야 인공지능 전환)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들이 10조원 이상의 관련 투자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러한 민간 투자계획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계와 금융권을 아우르는 산업·금융 연계 초대형 프로젝트가 민간이 투자 수요를 제시하고, 정부와 금융이 이에 화답하는 상향 방식(Bottom-up)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M.AX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들은 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M.AX 얼라이언스-국민성장펀드 연계 간담회’에서 10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M.AX얼라이언스-국민성장펀드 간 연계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조석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대표, 김정희 CJ대한통운 CTO, 김민혁 SK AX 부사장, 최창복 이수페타시스 대표,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허길영 삼성전자 부사장, 장호식 신한은행 부행장, 이청훈 NH농협은행 부행장.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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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AI 전환 계획을, 현대차는 AI모델 개발과 함께 로봇생산 분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해양분야 AI 전환계획을, 두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개발 관련 투자계획을 각각 공개했다. 배터리 소재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관련 AI 팩토리 프로젝트를, 퓨리오사는 차세대 AI 반도체의 개발과 양산에 관련된 투자 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지능형 물류센터와 물류공정 AI로봇 도입을 위한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M.AX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들의 제조AX 관련 기업 투자수요만 10조원 이상에 달한다. 분야별로 보면 휴머노이드 6조 6000억원, AI반도체 1조 5000억원, AI팩토리 1조 3000억원 등이다.
산업부와 금융위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M.AX 얼라이언스 참여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내년 초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는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AI분야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에서 파급 효과가 큰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있는 국민성장펀드와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M.AX 얼라이언스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산업과 금융간 연계 강화를 통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한다는 복안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두산로보틱스, HD한국조선해양, CJ대한통운 등 M.AX 얼라이언스 참여 주요기업이 총출동했다. 금융계에서도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 외에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참여했다.
M.AX 얼라이언스 참여 제조기업들은 향후 국민성장펀드와 투자계획, 금융조건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기관들도 생산적 금융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조기업의 투자에 호응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기업 수요 중심으로 투자 프로젝트 발굴에 집중하고, 국민성장펀드에 제안할 계획이다. 또한 대규모 데이터 생성·활용, 컴퓨팅, 실증 등의 인프라 사업을 신규 기획하고,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M.AX 얼라이언스 간사기관인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산업은행에 설치된 국민성장펀드 사무국과 정기적인 협력채널을 운영하는 등 기업과 금융기관이 수시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소통 창구도 만든다.
산업계는 그동안 기업이 AI 전환 의지가 있어도 대규모 자본 투입을 비롯해 인프라 구축, 수익성 확보 등이 서로 분절돼 실질적인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으나, 이번 협력채널을 통해 유기적인 AX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과거 산업정책이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마중물 성격이었다면, 이번 정책은 본격적인 ‘시장 중심의 스케일업’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민간이 먼저 구체적 투자 수요를 제시하고, 정부와 금융이 이를 서포트하는 산업·금융 연계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금융권이 모험자본 투자 확대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 금융시스템과 제반역량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며 “국민성장펀드가 산업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되도록 산업계와 금융권 모두가 지혜를 모아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