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5일째 상승했지만…무디스 美신용등급 강등 변수[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5.05.17 06:41:31

S&P500 이어 다우지수도 올해 ''플러스'' 전환
미시간 소비자심리 악화됐지만…시장은 무시
협상 따라 관세 완화에 무게…FT “미-EU 협상 재개”
무디스 여파에 10년물 금리 한때 4.49%까지 치솟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S&P500은 5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전반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완화 이후 투심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연방부채 증가이유로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단계 강등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커졌다. 최근 랠리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8% 오른 4만2654.74를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0% 상승한 5958.38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52% 뛴 1만9211.10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에 이어 다우지수 역시 올해 들어 ‘플러스’ 영역에 진입했다.

한주간 S&P500은 5.3%, 다우지수는 3.4%, 나스닥지수는 7.2% 상승했다. 지난 주말 미중 무역 합의에 따라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간 급락세를 보였던 기술주들이 빠르게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한주간 약 16%, 메타플랫폼은 8% 상승했다. 애플 주가 역기 6% 올랐다.

이날 발표된 지표는 나빴지만 투자자들은 무시했다. 미시간대학교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0.8로 4월 확정치(52.2)보다 22.7포인트나 뚝 떨어졌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중간값인 53.5도 밑돌았다.

현재 경제 상태를 평가하는 현재경제 평가지수는 전월 59.8에서 57.6으로 위축됐다. 향후 경제 전망인 소비자기대 지수는 같은 기간 47.3에서 46.5로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4월 22일부터 5월 13일까지 진행됐는데, 12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안이 일부만 반영된 수치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이날 미시간대 지표를 무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리스 파이낸셜그룹의 매니징파트너 제이미 콕스는 “시장은 지금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다시 반영하고 있다”며 “한때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즉각적으로 급등시킬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들에게 그 시나리오가 기본 전제였지만, 실제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소비자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실제 소비 행태는 그렇지 않다”며 “불필요한 잡음을 걷어내고 보면, 결국 소비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관세가 향후 협상에 따라 더욱 완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교착상태를 깨고 관세 협상을 재개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강화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인용한 EPFR 글로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 약 200억 달러가 유입돼 한 달 넘게 지속됐던 자금 이탈 흐름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벨리에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루이스 나벨리에는 “관세로 인한 부정적 결과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강한 한 주였고, 상승 모멘텀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언급했다.



기술주들은 대체로 상승했다. 매그니피센트7에서 테슬라가 2.09% 오르며 강세를 보인 가운데 알파벳(1.23%), 엔비디아(0.42%), 마이크로소프트(0.25%), 아마존(0.2%) 등도 소폭 상승했다. 반면 메타는 0.55% 빠졌고, 애플은 약보합을 기록했다.

다만 이같은 상승세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계속 이어잘기는 미지수다. 이날 장마감 이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연방 정부 부채 증가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번 한 단계 강등은 무디스가 미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지 1년여 만에 이뤄졌다. 무디스는 현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강력한 기반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강점들이 더 이상 재정 지표의 악화를 충분히 상쇄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연간 연방 재정적자가 2조달러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의 6%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2017년 감세법(Tax Cuts and Jobs Act)의 조항 연장을 포함하는 세제 패키지를 협상 중이지만,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전쟁 이후 경기 둔화로 미국 경제가 약세를 보이면서 재정적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가 위축되면 정부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감세로 인해 이를 충분히 충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금리를 상승하면서 정부의 부채 상환 비용이 늘어나며 정부부채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과도한 차입으로 인해 미국의 전체 국가 부채 규모는 경제 규모를 초과한 상태다.

16일(현지시간)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국채금리는 잠잠한 움직임을 보이다 장 막판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급격히 흔들렸다. 글로벌국채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한 때 4.49%까지 치솟다 전거래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빠진 4.445%에서 거래를 마쳤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2bp 상승한 3.993%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를 더 위험하게 보게 되면서 더 높은 금리(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으로 옛아된다.

달러의 매력도 약화되고 있다. 달러는 장중 내내 강세를 보이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상승폭을 줄이며 전 거래일 대비 0.1% 오른 100.98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사흘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87달러(1.41%) 오른 배럴당 62.4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88달러(1.36%) 상승한 배럴당 65.41달러에 마감했다. 핵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제안이 전달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이란 정부가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핵 합의 가능성의 기대가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