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1000명 넘어"…카자흐 시위 격화에 러 공수부대 투입
by장영은 기자
2022.01.07 09:15:32
가스가격 급등이 촉발…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양상
부상자 1000명 넘어…당국, 대테러 작전 실시
"투항 거부하면 사살"…러시아 공수부대도 투입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연초부터 불거진 대규모 시위 사태가 격화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연료가격 등 물가상승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무장 시위대와 군경간의 충돌에 이어 러시아까지 개입하면서 국제문제화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보건부는 6일(현지시간) 유혈 시위 사태로 1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이 중 400명이 입원했고 60여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내무부(경찰)는 이날 저녁 “질서 확보 과정에서 18명의 보안요원이 숨지고, 748명의 경찰과 국가근위대 소속 군인들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수도 누르술탄과 다른 주요 도시들의 상황은 안정적이나 알마티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내무부를 인용해 지금까지 시위 가담자 2298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현지 치안 당국은 이날 새벽부터 알마티시에서 대테러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군경과 시위대 사이에 추가적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부는 투항을 거부하는 자들은 사살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국영 하바르24 TV는 알마티와 서남부 도시 악타우, 북서부 도시 악토베의 공항이 폐쇄됐다면서, 수도 누르술탄 공항만 정상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알마티와 아스타나에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서비스도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새해 들어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2배로 급격히 인상되면서 촉발됐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가격 상한제를 적용해 생산 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던 LPG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작업을 새해 첫날에 마무리한 것이다. 이에 지난 2일 서남부 망기스타우주(州) 자나오젠과 악타우에서 시작된 시위는 이틀 뒤 동남부 최대 도시 알마티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들로 번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야간 통금령을 내렸다. 하지만 비상사태 선포 후에도 시위가 격화하면서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동맹인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도움을 요청했다. CSTO는 현지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으며, 러시아는 공수부대를 파견했다. 평화유지군과 러시아 공수부대는 카자흐스탄에 도착해 시위 진압 작전 등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자흐스탄 당국과 러시아의 일부 언론은 이번 대규모 시위의 배후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지난 5일 미국을 겨냥해 “카자흐스탄에서 전국 규모의 시위가 촉발된 것은 다음 주 진행되는 러시아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릴레이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의 주의력을 흩뜨리기 위한 외부 세력의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토카예프 대통령도 “카자흐스탄은 외국에서 철저히 훈련받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은 희생양이 됐다”며 이번 시위를 테러로 규정했다.
이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배후라는 러시아 일각의 미친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며, 러시아가 수년 전부터 반복해온 가짜 정보 플레이의 일부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오랜 기간 독재 정권을 거치며 억눌린 분노와 부패한 사회 시스템에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의 시위대가 “대통령 선거권을 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초대 대통령으로 28년간 장기 집권하다 지난 2019년 물러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세력의 독재와 전횡으로 국민들 사이에 불만이 누적된데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제가 악화되면서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것이다. 토카예프 대통령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세력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