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9·19 군사합의 1년…북·미 대화 급물살, 이행 재개 기대감↑

by김관용 기자
2019.09.13 15:21:30

靑 "한반도 평화 위한 톱니바퀴 움직이기 시작"
9.19 군사합의, 북미대화 교착 국면에 이행 중단
北,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합의 취지 어겨
사실상 ''사문화'' 평가…국방부 "신뢰구축 노력 지속"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북미간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간 사실상 중단됐던 남북간 9.19 군사합의 이행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오는 19일은 남북간 9.19 군사합의서 체결 1주년이 되는 날이지만, 그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임에 따라 남북간 합의 사항 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작년 말까지는 합의 이행이 원활한듯 보였지만, 올해들어선 사실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올해 남북 군사당국 간 대면 접촉은 지난 1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 공동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 전달 때가 전부다.

지난 해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과 이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관측해본다”고 말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숨통을 틔우고 있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남북은 작년까지 9.19 군사합의를 비교적 충실히 이행해 왔다. 감시초소(GP) 시범철수를 비롯해 육·해·공 적대행위 중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은 모두 기한 내 이행됐다. 또 중부전선에 공동유해 발굴을 위한 남북한 연결도로 개설, 한강하구 지역 남북공동 조사를 통한 해도 작성 등의 성과도 냈다.

그러나 남북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올해 2월 말까지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해 상호 통보키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의 남북공동유해발굴은 남측의 단독 발굴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군사분계선(MDL) 이남 우리측 지역에서 1500여 점의 유해를 발굴했다.



지난 5월 1일 판문점 JSA 남측 지역 안보관광이 재개된 가운데 관광객들이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산책 후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를 견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DMZ 내 모든 GP 철수를 위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JSA 자유왕래 관련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9.19 군사합의가 사문화 됐다고 평가하면서, 군비 증강과 축소·조정된 한미연합훈련 등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남한이 사정권인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 등을 잇따라 발사하며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군사합의에선 단거리 발사체 관련 내용은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제1조에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부분은 남한을 타격권으로 하는 ‘전술유도무기’ 등의 실사격 훈련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지난 1년 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를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950년 6.25전쟁 이후 70여 년간 지속돼 온 남과 북의 군사적 대결과 긴장의 세월을 하루 아침에 극복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상호 신뢰관계를 쌓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