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상승으로 1분기 전세자금 대출 2조원 가까이 늘어
by정다슬 기자
2016.04.17 11:54:12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들어 전세자금 대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대형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작년 말 23조 6636억원(기금을 제외한 은행계정)에서 올해 3월 25조 6315만원으로 1조 9679억원 늘었다. 이는 2014년 1분기(1조 1534억원)는 물론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난 작년 1분기 증가액(1조 3298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6638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NH농협은행(3812억원), KB국민은행(3751억원), 신한은행(3381억원), KEB하나은행(297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올해 2월부터 심사가 강화된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전세자금 대출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 최근 수년간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도 전세자금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 자료를 보면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4년 3월 1억 7596만원에서 올해 3월 2억 2647만원으로 28.7% 뛰었다. 특히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4억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전세자금 대출 증가 현상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집을 전세로 빌려주는 것은 임대인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아 월세로 집을 내놓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월 74%에서 62%로 줄었다. 그만큼 월세 거래가 늘어났다는 얘기이다.
매달 들어가는 주거 비용을 줄이고 싶은 이들은 그만큼 전세금이나 보증금을 늘려줘야 한다. 이에 따라 전셋값이 매매가의 80%를 넘은 지역도 있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전셋값은 매매가의 83.7%에 이르렀다. 성동구도 80.7%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