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방성훈 기자
2015.08.01 12:10:24
IT 수출 ‘선택과 집중’ 필요..선진국·中에 ‘샌드위치’ 위험
201개 무세화 품목, 對 美·日·EU 적자폭 확대 가능성
中 시장서 선진국과 같은 조건에 경쟁..한·중 FTA 무색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협상 타결로 TVㆍ라디오ㆍ카메라ㆍ모니터 부분품, 셋탑박스 등 201개 정보기술(IT) 품목의 관세가 이르면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관세철폐 기간은 최장 7년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1996년 1차 ITA 협상에 따른 최대 수혜국이었던데다, 올 들어 수출이 7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품질향상 등 산업경쟁력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액정표시장치(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차전지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이 빠진데다, 상당 수의 품목이 이미 한·미 및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들도 같은 위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나마 한·중 FTA를 통해 점하고 있던 상대적 우위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이번 WTO ITA 협정에서 무세화를 합의한 201개 품목을 총 1052억 달러 어치 수출했다. 수입은 670억 달러 규모로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38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수출 427억 달러, 수입 135억 달러로 292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아울러 일본, 미국, EU, 대만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의 교역에서도 수출 430억 달러, 수입 139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 292억 달러 흑자를 시현했다.
201개 IT 품목의 세계 시장 규모가 총 1조 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향후 우리 IT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일본(-86억 달러), 미국(-39억 달러), EU(-34억 달러), 대만(-44억 달러) 등 주요 선진국들과의 교역에서는 우리가 판 것보다 사온 금액이 더 많다.
이들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의료기기와 계측기기로, 이번 무세화 201개 품목에도 포함된 것들이다. 일본과 EU에서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렌즈 등 광학기기 등을, 미국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등을 주로 수입했다.
미국과 EU의 경우 201개 품목 대부분이 FTA를 통해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다, 수입이 더 많아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은 FTA를 체결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만성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에 무세화되는 대다수 품목은 우리가 주력으로 삼는 품목이 아닌데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엔 FTA를 통해 이미 관세가 철폐돼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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