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세형 기자
2013.06.05 10:00:02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의 거센 풍랑에서 헤쳐 나오고 있을 즈음인 1999년말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의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그는 현직에서 물러난 뒤 펴낸 회고록에서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기 2개월전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로부터 ‘다음 타깃은 한국’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시기를 추정해 보면 대략 1997년 9월 즈음이다.
소로스는 당시 태국 바트화를 공격, 막대한 차익을 올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소로스가 원화를 공격해 차익을 올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되레 그는 투자 권유를 받고 IMF 위기가 끝나갈 무렵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내고 빠져 나갔다.
금융계에서는 소로스가 공격을 시도하긴 했지만 막상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금 보유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IMF에 구제신청을 할 즈음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파산 상태에 있었다. 헤지펀드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바로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1998년 본격화된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수출된 금의 양은 227톤에 달했다. 당시 한국은행의 금보유량 14.4톤의 15.7배가 넘는 금이 밖으로 나온 셈이다. 우리나라의 금 수출은 당시 국제 시장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국제 금 시세를 15% 가량 폭락시켰을 정도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에 그만한 금이 있는지 몰랐다”며 “끝도 없이 금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소로스가 환투기를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유일의 금 민간 통계기관인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보유한 순금은 약 660톤∼720톤에 달하고 있다. 현재 세계 34위 규모인 한국은행 보유량 104.4톤의 6.3배 이상이다.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금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