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1년..노동계·재계 반응은 '극과 극'

by이지현 기자
2012.07.01 15:58:08

노동계 "어용노조 양산..노조법 재계정" 주장
정부·재계 "노사관계 안정..재개정 불가"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한 사업장에 2개 이상의 합법적 노조 설립이 가능하게 된 지 1년째가 됐다. 노동자의 단결권과 선택권 확대라는 취지로 지난해 7월1일 도입된 복수노조제는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 온 삼성 내 노조 설립이라는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이러한 변화에 노동계는 환영을, 재계는 우려를 나타낼 것 같지만, 이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노조 난립으로 인한 노사갈등과 같은 부작용을 걱정했던 재계는 안정화 추세라며 반기고 있지만, 노동계는 노노 갈등에 대한 우려의 현실화로 노조법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842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하루평균 10개의 복수노조가 생겼던 것과는 달리 하루평균 1.1개로 줄긴 했지만, 신규 설립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택시·버스 사업장이 41.8%(352개)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 서비스업(86개)과 제조업 사업장(86개)이 그 뒤를 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300명 미만 사업장의 신규노조 설립 신청이 625개(74.2%)로 가장 많았다. 300인 이상~1000명 미만 사업장(93개)과 1000명 이상 사업장(76개)은 100개를 넘지 않았다.

설립 신청을 한 노조를 상급 단체별로 보면 ▲한국노총에서 분화된 노조는 236개(28%) ▲민주노총에서 떨어져 나온 노조는 189개(23%)였다. 상급단체에 가입한 노조는 118개(14%)에 불과했고 721개(85.6%)가 미가입 상태로 신고했다.



설립 신청 노조의 기존 상급단체 현황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사측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노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민주노총 산하에서 만들어진 복수노조의 70%, 한국노총 산하에서 만들어진 복수노조의 28.4%가 사측의 개입이 개입해 만들어진 노조”라며 “이 노조가 노동탄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 주도로 만들어진 복수노조의 규모가 기존 노조보다 크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 교섭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과반수가 안 될 때도 사용자가 원하면 자율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에 친기업 노조의 분위기 선점에는 문제 될 게 없다. 결국, 사측의 입맛대로 창구단일화 이뤄질 수 있어 기존 노조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설명이다.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도 “국제기준에 맞는 단결권의 확대가 아니라 자본으로 하여금 입맛에 맞는 노조를 선택하고 교섭상대를 멋대로 정할 수 있는 민주노조 파괴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강제조항 폐지를 골자로 한 노조법 재개정을 19대 국 회때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강제는 헌법 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을 부정하고 있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2일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바로 노조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재계는 노동계의 노조법 재개정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재정 고용부 노사정책실장은 “헌법재판소도 교섭창구단일화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이제는 소모적인 노조법 재개정 논란을 종식하고 제도 정착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노사정이 적극적으로 협력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성명을 통해 “복수노조가 허용됐음에도 신규노조 설립에 따른 현장 노사관계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었던 것은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제도의 공헌이 크다”며 “노조법 재개정 움직임은 혼란만을 부추길 것이므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