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효석 기자
2009.02.13 09:47:58
규제속 生과 死..`독점→복점→경쟁→유효경쟁` 체제로
유효경쟁정책, 무선시장에 무게..통신기업 순응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KT-KTF 합병을 놓고 방송·통신업계가 시끄럽다. 합병은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 산업간 융합시대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KT는 KTF와 합병시 투자활성화·고용창출·비용절감 등 시너지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기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왜 논란이 되는가. 합병은 해당 기업의 경영판단 아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통신과 방송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공공재로 규정돼 있는 주파수 기반 사업이며, 필수설비를 확보한 기업의 독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때문에 정부 규제가 산업정책을 결정하는 핵심이 돼 왔다. `어떤 규제를 통해 어떤 경쟁을 끌어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것이냐`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통신·방송산업 정책의 핵심이었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도 KT-KTF 합병 승인을 놓고 고심중이다.
이데일리는 KT-KTF 합병을 통신·방송산업과 소비자 측면에서 차분히 살펴보기로 했다. 10회에 걸쳐 우리나라 통신산업 규제 역사와 경쟁에 미친 영향을 되짚어보고, 합병 전제조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2009년 3월1일 지식경제부가 긴급조치에 나섰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과 델이 삼성전자로 공급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시장점유율은 단숨에 39%에서 15%로 급락했고, 삼성전자 점유율은 61%에서 85%로 급등했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즉시 하이닉스의 D램 공급가격을 2달러에서 1달러로 낮추는 안을 승인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공급가격은 2달러 선을 유지시켰다.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쟁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과연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꿈에서나 있을 수 있다. 정부가 반도체 공급가격과 시장점유율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통신시장에서는 존재한다.
KT(030200)와 SK텔레콤은 요금·상품 등 서비스 관련 이용약관을 변경할 경우 반드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각각 유선과 무선통신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KTF·LG텔레콤의 경우 신고만으로 이용약관을 변경할 수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3월부터 KT와 SK텔레콤 등 이용약관 인가 대상사업자의 통신 결합상품 할인율 제한을 20%에서 30%로 완화키로 했다. 현재 이들은 결합상품 판매시 소비자 할인율을 최대 20%까지만 할 수 있도록 제한받고 있다. 이처럼 통신산업은 초창기부터 정부규제 하에 있었다.
◇정부의 `보이는 손`
1982년 체신부는 직접 담당해 오던 통신서비스를 한국전기통신공사(KT 전신)와 한국데이타통신(LG데이콤 전신)을 설립해 넘겨줬다. 비록 국영기업 형태였지만 이때부터 규제는 정부가, 서비스는 기업이 담당했다.
90년대 들어선 정부 규제가 경쟁체제 구축으로 변했다. 국제전화·이동통신·무선호출(일명 삐삐) 시장에서 신규사업자를 선정, 경쟁을 유도했다. 특히 96년 이후에는 3개 PCS 사업자를 선정했고, 두루넷·하나로통신 등에게 인터넷 사업권도 허가했다.
하지만 후발사업자는 선발사업자의 필수설비와 가입자 기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점차 부실화 됐다. 하나로통신이 외국계펀드에 매각됐고, 두루넷·온세통신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신세기통신은 SK텔레콤에, 한솔PCS는 KTF에 각각 합병됐다. 신세기통신·한솔PCS 피 흡수합병 당시엔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기지국 등 설비비가 4조원 이상 중복 투자됐다는 지적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