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의 기자
2025.04.19 12:20:00
유증 대금 어디다 쓸 건지, 승계논란 해명도 불충분
3.6조→2.3조 축소에 “줄일 수 있었잖아” 지적도
유증 발표 후 주가 하락, 지배주주 구주 매입 기회 활용 가능성도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추진 중인 2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사측이 내세우는 유상증자 명분은 우주·방산 산업 강화를 위한 ‘중장기 투자’지만, 그 이면에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도 깔려있다는 분석에서다.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두 차례 제동을 건 가운데 한화 측이 유상증자를 강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 이목이 쏠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거액 자금조달 시도가 논란을 부른 배경을 이해하려면 유상증자 전후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그룹 계열사인 한화오션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곧이어 같은 달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거액의 회사 자금을 계열사 지분 매입에 쓴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 시도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의 목적을 신사업 강화에 쓸 자금 확보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내부 계열사 지분 매입에 쓴 거액의 비용을 보전할 목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장 3조원대 사업자금이 절실한 회사가 계열사 지분 매입에 1조원 이상을 쓴 것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감독당국은 거액의 유상증자 시도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당위성과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금액을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한화오션 지분을 매도했던 계열사인 한화에너지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 17일 두 번째로 정정요구를 하며 재차 제동을 걸었다. 2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자금의 사용 목적 중 수천억원가량의 자금 사용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측은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금을 한화 오너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활용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유상증자에 실패할 위기에 놓인 한화 측은 다시 대응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한화에너지 3개사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 3개사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구조상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 등 3개사에 한화오션 지분 매각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이 되돌아오는 셈이다.
한화에너지 등 3개사는 한화에어로 주식 1조300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가격 산정 규정에 따른 가격(75만8000원)으로 할인 없이 총 171만 5040주 인수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는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으로 축소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한화오션 지분거래 자금이 승계자금으로 쓰인다는 의혹을 해소하면서 당사 소액주주의 이익도 보호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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