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에 비상계엄 선포한 尹…혼란만 남기고 150분만에 '무효'

by조용석 기자
2024.12.04 02:40:37

尹, 3일 오후 10시30분 비상계엄 선포
국회, 4일 오전 1시께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45년 만
45년만에 선포한 비상계엄…국정운영 동력 훼손
계엄절차도 못지킨 대통령실…국회에 통고도 안해

[이데일리 조용석 한광범 김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45년만에 선포한 비상계엄은 국회의 저지로 인해 3시간도 유지되지 못하고 효력을 상실했다. 다만 사실상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포된 계엄이라는 점에서 향후 윤 대통령 및 여당의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상실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는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를 열고 계엄해제 결의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190명 중 찬성 190명이었다. 이날 본회의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뿐 아니라 여당 소속 조경태 의원 등 10여명도 참여해 함께 계엄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3일) 오후 10시30분께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점을 고려하면, 45년만의 비상계엄이 2시간 30분(150분)만에 효력을 상실한 셈이다.

헌법 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경내까지 진입해 본청을 둘러싸고 출입을 통제했던 계엄군도 국회 의결 직후 철수했다.

다만 국회로부터 계엄 해제의 요구를 받은 윤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신속하게 해제할 지는 미지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계엄 해제가 가결된 후 “대통령의 선포는 즉시 무효가 되었다”면서 “대통령께서는 비상계엄을 당장 해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1979년 10월 이후 무려 45년 만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처음이다. 직전 1979년 계엄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직후 선포됐고 이후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1981년 1월까지 유지됐다.

다만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1979년 비상계엄은 대통령 서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신군부가 정권을 잡기 위해 활용했다면, 이번은 야당의 탄핵·예산 독주를 국가 비상사태로 간주해 선포한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정부 관료 탄핵 소추 발의 및 예산 처리로 본질 기능 훼손’을 비상계엄이 필요한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이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보기는 어렵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특히 이번 계엄해제 결의안에는 야당 의원뿐 아니라 다수 여당 의원까지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는 등 여야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추후 정부여당의 국정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한 통과후 기자들과 만나 “집권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국회 계엄 해제 의결로 계엄 선포는 실질 효과를 상실했다”고 단언했다. 같은당 안철수 의원도 “(비상계엄령은)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힐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비상계엄 관련 절차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면서 빈축을 샀다. 계엄법 4조 1항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通告)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주재하며 “대통령실이 (계엄 선포에 대한)통고를 안 했다”며 “이는 대통령실 귀책사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