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일용직 근로자 月근무일 22일→18일"…손배액 감축

by최영지 기자
2021.02.14 10:48:01

서울중앙지법, 의료사고 손배소서 손해배상액 감축
기존 월 가동일수 22일서 18일로 줄인 첫 판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5.5일→주5일"
"감소추세, 일시적이지 않고 더 확대되고 있어"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일용직 근로자가 의료사고를 당한 경우, 한달 평균 근무일수를 18일로 보고 일실수입을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기존 22일에서 감축된 첫 사례로, 근로일수가 줄고 공휴일이 증가함에 따라 손해배상액도 낮춰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사진=이데일리DB)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이종광)는 의료사고 피해자인 60대 여성 A씨가 집도의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관절염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던 중 의사의 과실로 신경을 다쳤고, 신경손상 등으로 발목을 들지 못하는 보행장애가 생겨 의사와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의사와 병원에 재산·정신상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2심은 손해배상액을 1심과 달리 판단했다. A씨가 사고를 겪지 않았을 경우 은퇴할 나이까지 남은 기간 동안의 근로소득 등을 고려해 일실수입을 산정해야 하는데, 1심보다 손해배상액을 적게 봤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매달 22일 일한다고 가정하던 종전 관례대로 판결한 1심을 깨고 매달 18일 근무한다고 가정해 일실수입을 산정했다.

재판부는 “오늘날 우리 경제는 선진화되고 레저산업이 발달돼,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추세”라며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 후반 이후로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주 5.5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대체공휴일이 신설되는 등 법정근로일수는 줄고 공휴일은 증가했다.

또 “이는 정규근로자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단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의 변화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도시 일용근로자 관련 월 가동일수는 월 22일보다 감소하고 있고, 이 감소 추세는 단순히 국내외 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그 폭이 확대돼 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결국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월 22일로 본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현재 시점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앞으로 더더욱 그러하다”고 판시했다.